본문 바로가기

여행/국내

비클래시 통영점에서의 겨울 휴가

#내돈내산

풀이 딸린 숙소라니…. 그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아내와 나는 돈 쓰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 어디가든 숙소는 그냥 저렴한 곳으로 골랐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경주 스윗트 호텔에 가고는 했고, 제주도에 여행가면 Airbnb로 1박 15만원 내외로 숙박지를 정했다. 그것도 싼 게 아닐 수는 있지만, 하루 50만원 넘는 호텔을 턱턱 가는 걸 보면, 나는 고개부터 절레 절레 젖게되더라. 얼마전 아내가 괜찮은 숙소라며 보여주는 데, 가격은 40만원선. 풀은 한 5미터 정도 되는 길이인데, 3층 독채구조였다. 심해지는 코로나 때문에 일주일을 계획했던 제주도도 취소했던 터라, 이 정도는 가능하겠다 싶어서 토요일에 1박을 하고 왔다.

결론은 대만족.
물론 더 저렴하면 좋겠지만,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별로 없을 정도로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호텔의 정갈함은 부족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와서 누가 놀아보고 불편한 점은 다 개선한 듯 했다.

우선 사진부터..



우리가 묶었던 방은 F02
가족을 위한 방이다.
1층에는 큰 침실 1개(필요하다면 요와 이불 여분이 있어서 바닥에서도 추가 인원이 잘 수 있다.), 주방(전자레인지, 세탁기, 정수기 등등), 화장실(비데, 샤워기, 기본 어메니티, 아이들용 바디워시 겸 샤워 제품)

테이블에는 의자가 다섯개. 1층에서 바라보는 뷰는 바다뷰이기는 하지만, 나무가 가리고 있어서 바다를 조망하기는 어렵다. 나무는 사생활을 위한 것. 저 큰 창은 필름이 붙여져 있어서 외부에서는 내부가 잘 보이지 않겠지만, 그래도 저 나무가 옆 객실과도 분리시켜 준다.


당연히 객실내 금연. 밖으로 나가는 문도 있어서 흡연자에게는 최고겠지만….. 이런 데서 담배 피지 말자.
비가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저 문으로 나가서 바다의 짠내와 내리는 비의 향을 모두 맡을 수 있을 텐데.


2층에는 아이들 놀이공간과 침대 2개가 있다. 하나는 그냥 침대, 하나는 자동차 모양 침대. 아들은 자동차 침대에서 잤다. 뒤척일 때마다 침대에 부딪히더만…
저 빔프로젝터를 쏘아서 스크린에 영상을 띄워서 볼 수 있다. 1층 티비에 연결된 셋탑박스 1개, 2층에 빔프로젝터와 연결된 셋탑박스 1개가 있다. 셋탑박스는 리모콘 하나로 모두 조종 가능하다. 나는 유튜브에 로그인해서, 아들이 좋아하는 해리포터를 스크린에 띄워서 봤다.

그리고 훌륭한 디테일 하나. 계단과 2층 사이에 안전바 같은 게 있다. 혹시나 아이가 혼자 놀다가 오가며 계단에서 넘어지거나 하는 사고가 날 수가 있는데, 그걸 저렇게 막아뒀다. 굿!
2층에는 계단과 미끄럼틀이 있고, 튼튼한 밧줄로 만든 네트가 있어서 스릴(?)있는 놀이가 가능하다. 그리고 미끄럼틀 공간에는 자석 낚시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뒀다. 사진은 없지만, 2층에는 앉은뱅이 책상이 있고, 책상 상판을 들면 자석교구가 들어 있다.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이동.
아이와 갔을 때 유일하게 걱정되는 점은 계단이다. 아주 가파르지는 않지만, 유치원생 정도라면 반드시 보호자와 같이 다녀야 한다.

3층은 물놀이. 3층으로 들어가면 우선 냉장고와 고기 구워먹을 수 있는 전기그릴과 통풍을 위한 강제 환풍기, 독립된 샤워부스가 있다. 그리고 거기서 0.5층 올라가는 구조로 풀이 마련되어 있다. 깊이는 1미터 정도 될 것 같고, 길이는 5미터 조금 안 될 것 같다. 초등학생인 아들이 딱 놀기 좋다. 미온수가 필요하면 5만원 추가 결제를 해야 한다. 미온수는 상시 공급되는 방식인 것 같다. 1, 2층에서 개별난방 조절이 가능하고, 그 훈훈함이 3층으로 전달된다. 3층의 풀 때문에 3층은 좀 습하지만, 그건 당연한 것이니 불만이 없다. 미온수는 너무 따뜻하지가 않아서 좋다. 너무 따뜻하면 물에서 첨벙대며 놀면 금방 지친다. 그렇다고 ‘미지근’하지도 않다. 설명하기 곤란할 만큼 적당한 물 온도다.

우리는 당연히 체크아웃 하기 전인 오늘 아침에도 물놀이를 했는데, 그때도 물이 차갑지 않았지만, 관리하시는 분에게 문자를 보내자 금세 물이 데워졌다. 목욕탕 냄새 같은 쿱쿱한 냄새도 없었고, 물에 부유물 같은 것도 없다. 제트스트림 같은 것도 잘 작동해서 아이들은 튜브에 타고 떠내려 가며 놀기도 했다.

그리고 작지만 기막힌 디테일. 위 사진 오른쪽 끝에 보면, 잘리긴 했지만 유아용 변기가 있다. 7살 우리 딸이 안기에는 조금 벅차지만 아무튼 급히 볼 일을 볼 수 있다. 물놀이 하다보면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기 마련인데, 제대로 된 화장실은 아니지만, 저렇게 준비해두니 아주 좋았다. 우리 아들도 저기에 볼 일을 보는 만행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그리고 어른들이 앉아서 아이들 지켜볼 수 있도록, 비치 베드가 두 개 있다.


아이들이 영상을 보는 사이 아내와 둘이서 잠시 나갔었다. 다른 부대 시설은 오락실, 조식을 위한 공간과 음료나 술, 라면을 파는 작은 매점 코너. 눈에 띄는 것들은 다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분리수거장 근처에서도 냄새 같은 건 전혀 나지 않았다.

숙소 리뷰 같은 것을 할 생각이 아니었지만,
추천할 만한 곳이다.
사진이 너무 부족하지만, 더 많은 사진은 홈페이지에 있으니…

아들과 딸은 벌써 한 번 더 가자고 하고,
아내는 날짜를 꼽아보고 있다.
이 글 보시는 분, 가게 되거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
덧, 가는 길에 ‘카트’를 탈 수 있는 곳이 있다. 키가 130이 넘으면 주니어용을 ‘혼자’ 탈 수가 있다. 비 클래시에 숙박했거나 예약한 문자가 있으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티켓팅 하는 곳에서는 분명 3회권을 권할 것이다. 5바퀴 + 5바퀴 + 7바퀴 타는 프로코스인가를 권할 것이다. 시간 여유가 충분하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단 저렇게 타는 데 우리 아들은 1시간 30분이 걸렸다. 일하는 사람은 부족하고 그래서 기다리는 시간은 길다. 다시 간다면 5바퀴만 타고 그만 탈 것 같다. 타보고 아이가 마음에 들어하면,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다시 타러 올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