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원래 지난주 내내 제주를 여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은 12월부터 악화되었고. 공무원이면서 교사인 나는 그저 바짝 몸을 낮추고 코로나를 피해 다녀야 한다. 나 때문에 학생이 감염이 되기라도 한다면… 사람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비난하고 나설 테니까. 방학이라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제주 일정은 모두 취소하고, 지난주는 그럭저럭 보냈다. 다행히 딸의 유치원 방학은 짧고, 아들은 오후에는 학원에 가느라 집에서 멍하게 하루를 보내는 일은 별로 없었다.
안 가본 곳에 가보자.
그래서 생각했던 곳은 광주다. 물론 광주에 두 세번 나 혼자 가보기는 했지만, 여행이라고 할 만한 것을 해본 적은 없다. 그리고 에어비엔비로 숙소를 알아보다가, 담양에 있는 숙소를 잡았다. 한옥의 방 한 칸. 작은 방이지만, 주변이 조용하고, 호스트가 아침을 제공한다고 해서! 게다가 에어비엔비 평이 굉장히 좋았다. 그렇게 일단 숙소를 예약.
오늘 아침 #새벽커피 를 마치고, 집을 정리하고 나섰다. 초전동 동네커피에서 끓는 물보다 뜨거운 비엔나 커피에 손을 데는 바람에 기분이 팍 상했지만… 아무튼. 아이들은 미술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 지 말하지 않고 일단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으로 출발했다. 1시간 30분 넘게 달려서 도착. 남원은 두 번째. 김병종미술관은 처음인데, 우선 건물부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마침 물이 얼어 있어서 아이들은 얼음을 가지고 놀았다. 미술관이라고 대놓고 싫어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둘 다 미술학원을 다녀서 그럴까? 그림을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같이 나누었다. 대개는 내가 질문하고, 아이들이 대답하는 식.
아들은 나를 이렇게 찍어뒀다. 나는 그림은 모른다. 감상할 줄도 모른다. 하지만, 미술관에 가는 건 좋다. 분명 작가들은 형태며 색을 통해서 무언가를 전하려고 작품을 만들었으리라. 그 전달하고자 한 바를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작품은 그것 안에서 질서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미술작품은 내가 일상에서 보는 물건들의 형태와 색과 닮기는 했으나 같지 않다. 자연물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자연물과도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된다.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을 만나면, 눈이 시원해진다.
1번 갤러리에는 모두 김병종 작가님의 작품이었다. 동백 같기도 한 저 꽃이 아주 많았다. 그림의 크기는 충분히 크고, 가장 큰 세 작품이 전시된 메인홀은 천장도 높아서 시간만 충분하다면 마음먹고 앉아서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로 한지에 인화한 이흥재 님의 작품도 좋았다. 밤하늘을 찍은 사진을 한지에 인화하자 정말 두 눈으로 초점을 잡을 수가 없어 약간은 멍해보이는 밤 하늘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우리가 도착하고 나서 사람들이 더 몰려 오고, 커피숍은 인산인해. 커피를 여기 와서 마실 걸…
마치 배의 함미 같은 공간에서 밖을 조망한다. 뷰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작품 같다.
요며칠 추웠었고, 덕분에, 얼음 덕에 아이들과 좀 더 놀다가 왔다. 그 다음 코스는 죽녹원. 그리고 저녁 식사. 지금은 숙소.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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