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문고에 주문해 둔 책을 찾으러 갔다가 아들에게 줄 책도 한 권 더 골랐습니다. 아들은 지난번에 사다 준 엘 데포 도 아직 안 읽고 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모두 읽은 아들에게, 계속해서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을 권하고 싶어서 오늘도 한 권 더 샀습니다.
집에 와서 아들에게 책을 소개하니, 아들은 표지와 제목을 보고, 책 안을 휘휘 넘겨 보더니 재미있겠다.라고 합니다. 그러고 책꽂이에 꽂아두길래, 제가 꺼내서 먼저 읽어봤습니다.
형의 복제인간인 봉구라는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출생의 비밀 때문에 잠깐의 방황과 소란이 있지만, 잘 극복해 냅니다. 이 책은 스토리킹시리즈이다.
스토리킹은 비룡소에서 기획한 일종의 공모전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읽을 만한 작품을 장르를 가리지 않고 투고 받아서 성인심사위원 50%, 어린이 심사위원 50%가 참여해 해마다 한 편을 대상으로 뽑니다.
복제인간 윤봉구는 2017년 스토리킹 당선작이다. 나는 이 책을 아홉 살 독서수업에서 봤다. 작년 초까지는 아들이 글만 많은 책은 보지 않으려고 해서, 제법 글밥이 많은 이 책은 구입하지는 않았다. 이제 해리포터를 다 마쳤으니 무엇이든 재미있는 것이라면 읽게 되지 않을까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
아들에게 고르라고 하지 않고 내가 한 권 골라와서 아들이 읽든 그렇지 않든 책을 주는 이유가 있다. 꽤 오래 전에 외국 사이트(아마도 Reddit이었던 것 같다)에서 아이에게 어떻게 책을 권하는 게 좋겠느냐 라는 주제로 글과 답글이 달려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남긴 이야기를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나는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직접 고르고 사서 아들 책상 눈에 잘 띄는 곳에 올려두었다. 읽으라고 권하지도 않고, 읽었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렇게 책을 선물하다 보니, 아이는 어느새 그 중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발견하고 읽기 시작했다.
책은 억지로 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에게 좋은 책을 권할 수 있다. 권하는 것은 나의 일이고, 읽을 지 말지는 아이의 일이다. 그러니 일주일에 한 권 정도 투자는 어렵지 않다. 아이가 책을 읽지 않더라도, 고심해서 한 권 골라온 부모의 수고, 그 수고에는 고마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서점에 간다.
(물론 아들이 읽었으면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먼저 읽고, 아들, 이거 재미있던데. 라고 말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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