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했던 일도 오늘 했던 일이 아닌 것처럼 까마득해질 때가 있다. 밤에 앉아 일기를 쓰면서 간신히 기억을 다시 살려내면, 그제야 다시 내가 했던 일이 된다.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기억하려 애쓰지 않으면 또 많은 것이 사라진다.
산책길에 본 꽃대
8시에는 가자
초등학교 1학년 딸의 건강검진일이다. 아내는 이런 일이 고지되면 미루는 법이 없고, 나는 아내의 명에 따라 딸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야 했다. 금요일 밤이면 늘 어떻게든 늦게 자고 싶고, 그래서 어제도 12시를 넘겨서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딸이 힘들어했다. 딸은 7시 30분에 간신히 일어났고, 약간 배가 아프다며 늑장을 부렸다. 8시에 출발해야 하는데, 딸은 그런 내 마음을 신경써주진 않는다.
병원까지 20분
진주라는 작은 도시는 얼마나 좋은가. 차로 20~30분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 8시가 지나서 집을 나섰지만, 30분이 되기 전에 병원에 도착했다. 서둘러 주차를 하고, 또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둘을 끌고 가는 한 엄마를 따라 고려병원 2층으로 올라간다. 많다. 한 50명 정도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보호자 1+ 학생 1 일테니, 25명의 검사 대상자였으려냐.
526번
- 얼른 번호표부터 뽑아야 한다.
- 여기는 한국,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번호표가 있다. 짬뽕 맛집부터 건강검진을 위한 병원까지. 우선 번호표 기기를 찾아서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 526번. 아마도 501번이 첫 번호가 아니었을까. 더 이른 번호를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늦지는 않았다.
검사 시작
- 번호를 부르면, 문진표를 받는다.
- 키와 몸무게
- 문진표를 내고, 바로 키와 몸무게를 잰다.
- 적당한 테이블을 잡고 앉아서 문진표를 작성한다. 아직 건강한 아이들이라 별스러운 내용은 없다. 최대한 빨리 작성!
- 다시 번호가 호출 되어야
- 다 작성한 문진표를 내면, 다시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려야 한다. 한 직원분이 문진표에 있는 기초 내용을 컴퓨터에 입력한다. 입력을 하고 나면, 그 옆 책상으로 문진표가 이동한다.
- 혈압 확인
- 기계로 하지 않고 간호사가 직접 혈압을 확인한다. 몇몇 아이들의 경우에는 허리를 재기도 하더라. 통통한 걸 봤을 때, 아마 체중이 좀 많이 나가는 학생들의 경우, 비만 관련 데이터로 사용하기 위해 허리도 재는 것 같다.
- 청력 테스트
- 혈압 확인이 끝나면 한 칸 옆으로 옮겨 앉는다. 헤드셋을 끼고 한 두 어번, 소리가 들리는 쪽 손을 들면 검사는 끝난다. 그리고 다시 한 칸 옆으로 이동.. 하면 좋겠지만, 옆 칸의 시력검사는 시간이 약간 걸린다. 그러니 줄을 서서 잠시 대기
- 시력검사
- 준비된 의자와 주걱으로 시력검사를 한다. 우리 딸은 두 눈도 좋다.
- 구강검진
- 구강검진을 하러 간다. 충치가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라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지만, 약간의 대기 시간은 있다. 그래도 아이가 앉아서 기다릴 수는 있다. 딸이 읽을 책을 한 권 가져가길 잘했다.
- 나도 앉아서 잠시 책을 읽었다.
- 소변검사
- 혹시나 혈액검사도 하나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주 약간의 소변만 있으면 된다고 했지만... 화장실에 앉은 딸은 소변이 안 나올 것 같다고 해서 내 마음을 태웠다. 소변 안 나오면 우리 집에 못 가. 딸은 성공적(?)으로 검사에 협조했다.
- 의사 문진
- 대기 시간이 있다. 진료실이 2개인데, 의사가 한 명만 와 있어서 처리가 더뎠다. 또 앉아서 책을 좀 읽다 보니, 의사가 한 명 더 왔다.
- "이상한 데 있나요? 없으시죠?" "없습니다."
- 이게 대화와 진료(?)의 끝이었다. 이것으로 검사 끝.
초등학교 1학년 검사항목
- 키와 몸무게
- 혈압
- 청력
- 시력
- 구강
- 소변
- 의사 문진
검사 끝
간호사는 주사기 모양 샤프(우리 아들도 몇 해전에 그걸 받았다)를 주면서, 주차권도 필요하냐고 물었다. 주차권까지 받아서 나오는 것으로 검사는 모두 끝. 주차비를 정산하려고 보니 주차장에 들어와서 주차비 정산기 앞에 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58분. 더 일찍 와서 더 빨리 마쳤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너무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오후에 낮잠을 좀 자야 했다.
'일상사 > 아빠로살아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맥주의 가족 (0) | 2022.06.04 |
---|---|
아들과 딸로 채우는 주말 (2) | 2022.05.15 |
어린이날 외출 (0) | 2022.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