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농월정. 좋은 날씨라 캠퍼가 많다. 텐트치지 않아도 되니, 좋다. 도착하자마자 식었더라도 맥주 한 캔을 뜯는다.
아이들과 물가에서 좀 논다. 오늘 낮기온은 20도까지 올랐는데, 바람이 불어 여기는 시원하기만 하다. 돌알 줒고 던지고, 나무를 줍고 던지고. 집 나오니 여행이다. 거리유지, 넘치는 확진자 덕분에 마음은 어느때보다 움츠려 있었다. 밖으로 나와 가슴은 편다.
‘타이탄의 도구들’을 해먹에 누워서 한번 더 읽었다.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만큼은 “나도 더 생산적인 인간이 될 수 있겠다.” 착각하게 된다. 그래도 이 책 덕분에 헤르만 헤세늬 ‘싯다르타’를 읽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 고기 굽는 냄새에 늘 이 동네 고양이들이 몰려들었다. 이번에는 아들이 간식을 준비했다. 해가 지기 전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고양이들이 밤새 먹지 않는다면, 저건 내가 치워야 할까?
밤 기온도 17도. 불멍하기에는 한기가 부족하다. 그래도 불을 보며 가족들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한다. 지금의 기분을 색깔로 나타낸다면? 코로나가 끝나면 하고 싶은 것은? 생일 축하해주기.
집 떠나면 여행이다. 코로나 시대에 집이란, 마음 껏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외부의 위협에서 벗어난 피난처. 피난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립처. 집 떠나니 여행이 된다. 집주에서 함양까지 한 시간 달려오며, 조수석이 앉은 아내는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끝말잇기를 한다. 무얼할까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새로운 것들이 있고 뛰어만 다녀도 좋다. 오늘은 나도 맥주 두 캔. 마음에 여유가 한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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