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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내가 사는 진주

진주문고가 다가온다

주말엔 서점에 가기 좋다. 진주에 이사 와서는 아주 자주 평거동까지 가서 진주문고에서 시간을 보냈다. 딸은 아내와 그림책을 사고, 스티커를 하나 골랐고, 아들은 자기 책을 얼른 골라 빨리 계산해 달라고 보챘다. 아내가 아이들을 맡아주는 사이 나는 잠시 3층으로 올라가서 책을 구경하며 주섬주섬 책을 고르며 시간을 보냈다.

진주문고 혁신점이 생기고 나서는, 자전거로 가기 딱 좋은 거리라 토요일이 되면 딸을 끌고, 아들은 앞에 두고 자전거를 타고 진주문고 혁신점으로 갔다. 자전거에서 내려 일단 같은 건물에 있는 팔공티에 들어가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가 진주문고로 들어가서 딸은 머리핀을 고르고 아들은 또 자기 책을 두세 권씩 골라와서 계산해 달라고 보챘다.

그리고 이제 초전동에도 진주문고가 생겼다. 아마도 페이스북을 했다면 언제 열었는 지 알게 되었을 텐데, 2월 중에 오픈 계획 중이라는 이야기를 1월에 듣고서 기대만 하고 있었다. 소문을 들을 곳이 없었는데, 아내 말로는 얼마 전 오픈을 했다고 한다. 딸 자전거 연습도 시킬 겸 아내와 나, 딸은 걷고 자전거 타고 진주문고로 가기로 했다. 제법 오랜 시간 비어있던 상가 자리에 깔끔한 진주문고 간판이 보인다.

책이 많기로는 본점이 제일 낫지만, 엠비씨네점도 혁신점도 그곳만의 느낌이 있다. 공간이나 그 위치에 맞추어 어떻게 서점 안을 구성할지 분명 고심을 하셨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진주문고 초전점

 

 

딸은 페달만 떼어낸 자전거를 밀며 갔다. 어제보다는 바람이 덜 불었지만, 그래도 이른 시간(10시)이라 바람이 차가웠다. 그냥 들어가려는 딸은 붙잡고 사진을 찍었다. 이 자리에 오래 진주문고가 머물러 줬으면 한다. 자가용으로 20분 거리이던 평거점에서, 자전거로 30분 거리이던 혁신점에서, 이제 걸어서 10분 거리인 초전점까지... 진주문고가 우리 가족에게 다가왔다.

 

 

진주문고 초전점

 

 

아직은 서가가 가득 채워져 있지 않다.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책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좋다. 서점은 금세 책으로 채워지는 곳이다. 사람보다 더 빠르게 책이 오가는 자리, 사람들의 눈에 들기 위한 책들의 각축장인 서점은 처음에는 서가에 여유가 있는 게 좋겠다 생각한다. 밖을 보며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도 있다. 아이들과 자전거 타고 가기에는 이제 너무 가까운 거리가 되어 버렸으니, 일부러 걸어가야지.

 

 

진주문고 초전점

 

 

일찍 찾은 터라 사람이 없어 안전하다. 이제 어엿한 초등학생이 된 딸은 스티커를 고르지 않고 책을 골랐다. 책을 더 사고 싶다는 딸의 요구는 가볍게 묵살당하지만, 엄마가 계산을 하는 사이 딸과 나는 그림책을 꺼내서 읽는다. 한 일주일 책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던 나는 고를 만한 책이 없다. 읽으려고 했던 책이 아니어도 서점에 오면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기 마련인데, 사두고 들춰 보지 못한 책이 많아서, 집에 있는 책들에게 미안해서 책을 쉬이 집어 들기가 어렵다. 그래도 꽤 오래 지켜보기만 했던 너무나 시끄러운 고독(보후밀 흐바라) 을 골랐다. 첫 페이지 문장을 읽어보는 데, 쑤욱 발을 담글 수 있을 것 같은 문장이다.

지금 읽고 있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라우라 에스키벨)을 읽고 나면 읽어야지. 내일부터는 자전거로 출근할 생각이고, 좀 일찍 나설 생각이라,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 준비물을 다 마련하고 나면 한 페이지라도 책을 읽어야지.

진주문고가 다가온다. 서점은 책이라는 물건을 파는 공간은 맞지만, 책은 다른 상품과는 다르다. 산다고 해서 내 것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인터넷 서점은 책을 팔지만, 그 서점은 공간이 없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들르는 공간은 책 읽는 사람을 모이게 할 수 있다. 책 읽는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서 또 다른 책 읽는 사람이 탄생한다. 나무는 숲이 되어 도시를 거들고, 나무는 책이 되어 마을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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