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Stuff

중고차 사러 갑니다

타츠루 2020. 12. 13. 16:39

"마스크 잘 쓰고 조심해요." 

중고자 딜러의 전화를 받고 마스크를 쓰고 나서는 나에게 아내가 이야기했다. 확진자가 천 명에 육박한다는 오늘, 나는 중고차를 보러 가기로 되어 있었다. 웬만한 물건이라면 그냥 인터넷으로만 확인하고 사면되겠지만, 차를 사야 한다. 직접 보지 않고, 타보지 않고서는 구입이 불가능하다. 그렇다. 나는 오늘 중고차를 사러 간다. 

작년 12월에 차를 구입했으니, 일 년만에 차를 한 대 더 구입한다. 아, 나 부자임? 

통영까지 장거리 출퇴근 하는 아내를 위해서 작년에는 니로 하이브리드를 구입했다. 충분히 '넓다'라고 생각하고 사기는 했지만, 트렁크 공간은 빼고 말했을 때 그렇다. 아무튼 연비는 좋다. 리터당 24킬로 미터 정도 평균 연비가 나온다. 장거리 운행에 딱 적합하다. 게다가 어댑티브 크루즈 기능이 있어서 고속도로 주행은 정말 편하다. 아내는 한 달에 거의 2000킬로미터씩 운행한다. 

나는 아내가 2007년에 구입해서 시내 출퇴근용으로 타던 프라이드를 타고 있다. 니로를 사면서 프라이드는 팔려고 했다. 전기자전거를 사서 출퇴근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전기자전거 출퇴근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고, 나는 아주 신속하게 일터와 학교를 수시로 왔다 갔다 할 수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프라이드를 계속 타오고 있다. 2007년식 1.4리터 프라이드의 마일리지는 13만.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이제 타이어 네 개를 모두 교체할 시기가 왔고 차의 소음은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바꾸려면 지금이야!라고 프라이드가 내게 소리친다. 

중고차 구매의 목적은 두 가지다. 첫번째로는 캠핑에 필요한 짐을 옮기기에 적합할 것. 두 번째는 차박도 가능할 것. 니로에 루프백을 얹고 캠핑을 몇 번 했다. 트렁크에 싣는 양보다 루프백에 넣는 양이 많다고 생각할 만큼 니로 지붕 위에 짐을 많이 얻고 다녔다. 네 가족의 캠핑 짐이라 짐도 많이 늘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테트리스 해가며 캠핑을 몇 번 다녀왔다. 하지만, 테트리스가 정말 너무 힘들다. 두 번째 차박은 정말 밖에서 잠을 자기 위한 용도는 아니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으로 가족끼리 가서, 아이들이 다리 펴고 쉴 공간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물론 잠을 자는 것도 가능하다. 아래 글에서 썼던 것처럼 나는 '모험' 비슷한 것을 늘 꿈꿨고, 내 아들도 꿈꾼다. 

2020/12/11 - [일상사/Instant blogging] - 까치 아빠의 트럭이 부러웠지

 

까치 아빠의 트럭이 부러웠지

차박이라. 남들하면 다 따라하는 것처럼 유행하는 건 꼭 한번 해보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차박을 꿈꿔왔다. 차박이라는 용어는 없었지만.. 그 아이디어는 두 가지 작품

yagatino.tistory.com

여러번의 검색과 유튜브 시청(?)을 통해서 생각한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4 
  2. 올란도 
  3. 레이 
  4. 카이런 
  5. 그랜드 카니발 

물론 '신차'를 사고 싶기는 했다. 하지만, 신차의 경우에는 갖고 있는 돈으로 살 수가 없다. 빚내는 건 싫다. 그리고 내연기관차의 미래가 아주 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차를 사게 된다면 나는 전기차가 될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중고차를 생각. 1번 디스커버리의 경우 아주 좋긴 한데, 신차 가격이 비싼 만큼 중고가도 상당하다. 중고차 구매 경험이 없어서 너무 큰돈을 쓰는 건 겁이 난다. 중고차를 구매하는 경험이 쌓이면 다음에 시도해보는 것으로 한다. 저렇게 나온 차 중에 '평탄화'가 제일 쉬운 것으로 한다. 결국 올란도로 낙점. 

올란도는 이미 단종된 차량이기는 하다. 하지만, 디젤의 경우 연비가 괜찮고 엔진은 작지만 힘도 부족하지 않다. 평탄화는 굉장히 쉬워서 2, 3열이 풀플랫된다. 차량 내부는 '볼 품 없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자꾸 설득한다. 나는 i40 같은 해치백 스타일이 좋지만, 실내 생활에 제일 중요한 건 차량의 높이다. 올란도는 그 점에서 아주 뛰어나다. 가족을 위한 차를 산다. (나만을 위한 차를 사는 때가 오기는 할까) 

차량은 일단 정했다. 올란도의 경우 세 차례에 걸쳐 미션의 변화가 있었다. 젠1, 젠 2까지는 미션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나 보다. 모두 젠 3을 추천한다. 그러니 가장 최근 출시된 디젤 1.6 올란도가 해당 모델이다. 차량의 트러블이 없으려면 마일리지가 짧은 게 좋다. 그래서 주행거리 6만이 안 되는 선에서 차량을 검색해 본다. 아는 중고차 딜러도 없으니 SK엔카에서 뒤져본다. 사진을 보고 또 보고, 올란도가 어떤 트림으로 판매되었는 지도 살펴본다. LT, LZT가 좋고, LZ세이프티팩 정도가 적당하고 그 위로는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LT 세이프티팩의 경우, 가죽시트, ECM 룸미러, 열선시트가 장착되어 있다. 후방감지센서, 후방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하이패스, 네비게이션  순정이 달려 있고,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있다. 

인터넷으로만 보고 살 수가 없다. 올해 초 장인어르신이 차를 중고로 구입하셨는데, 그 딜러분 연락처를 받았다. 그리고 그 분은 내 설명을 듣고 바로 차량 4대에 대한 정보를 보내주셨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녀석이 검은색, 디젤1.6. 마일리지는 2.6만킬로. 그리고 바로 약속을 잡고 오늘 보러 다녀왔다. 

짜잔!

'코로나 때문에' 그리고 '중고차 구입이라는 미션을 잘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약간 긴장한 채로 딜러의 차를 타고 마산까지 갔다. 차를 꼼꼼히 살펴보는데, 사진과 거의 같다. 문콕이 하나, 작은 긁힘이 하나 있다. 시운전도 한다. 돌아와 앉아서 계약을 한다. 계약금을 입금하기로 하고 성능점검기록부도 다시 확인한다. 다시 진주로. 

딜러분에게 프라이드를 보여드렸다. 한 번에 프라이드까지 딜러분께 보내면 중고차 구입 & 중고차 판매를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차를 꼼꼼하게 살펴보신다. 그리고 가격 제시. 마음에 드는 가격이다. 얏호. 일타 쌍피다. 휴. 피곤한 과업을 하나 끝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손 씻고, 세수하고, 점심 챙겨 먹고, 잠시 자가격리를............... 핑계 삼아 낮잠. 자고 일어나니 몸이 조금 회복된 듯. 너무 비싼 물건을 하나 샀더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역시 작은 지갑을 가진 간 작은 사람. 차는 내일 받기로 했다. 내일 보자. 새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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