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Instant blogging

까치 아빠의 트럭이 부러웠지

타츠루 2020. 12. 11. 23:24


차박이라.
남들하면 다 따라하는 것처럼 유행하는 건 꼭 한번 해보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차박을 꿈꿔왔다. 차박이라는 용어는 없었지만..

그 아이디어는 두 가지 작품 덕이었다. 첫번째는 ‘허클베리핀의 모험, 두번째는 ‘까치’. 하클베리핀이 미시시피강으로 모험을 떠나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뗏목을 만들고 그 뗏목 위에 삼각형 모양의 잠잘 곳을 만들었다. 나는 방학 숙제 만들기로 그 뗏목을 만들었었다. 그렇게 강을 따라 다니며 고기 잡고 잠도 자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생각했다. 그때의 기분대로라면 나는 모험가가 되어야 했겠지만, 이후 그런 모험을 찾아 나는 떠나지 못했다. 두번째 작품은 까치. 까치는 아빠와 함께 떠돌이 삶을 산다. 아빠는 트럭을 몰고 트럭에 살림을 싣고 다녔다. 나는 그게 또 너무나 멋져 보였다. 세간을 싣고 달리다가 어디서든 멈춰서 밥도 해먹고 잠도 자고. 물론 만화 속에서도 그런 살림살이는 ‘궁색해’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좀 살아보도 싶다 생각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그리고 동네 주변을 걸으면서 차를 대놓고 잠들어도 될만한 곳을 눈여겨 봐뒀다. 그리고 알마전에 운동삼아 걸으러 나왔다가 어디에 차를 대면 좋을지를 살펴봤다. 오늘은 텐트 바닥에 까는 매트, 차량용 놀이매트, 바닥에 쓸 침낭, 이불이 되어줄 동계용 침낭을 챙겼다. 캠핑 다니며 쓰는 접이식 플라스틱 상자에는 생수, 쓰레기 봉투, 물티슈, 간식을 챙겨 나왔다. 세팅을 하고 간식을 먹고 이렇게 글을 쓴다.

코로나 때문에, 캠핑장도 붐비니까 차박을 한다는 데, 나는 그저 조용한 곳이면 거기서 하루 지내고 싶다. 지금 내 주변에는 소음이 없다. 차가 지나가는 소리도 없다. 아파트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윗집 물내려가는 소리도 없다. 그냥 혼자 있으니 좋다. 내일 오후에는 아이들을 데려와서 ‘차에서 놀기’를 체험시켜줄 생각이다. 사실 오늘 아들에게 “아빠, 차에 가서 자고 올께.” 했더니 바로 따라나서겠다고 했다. 내가 먼저 해보지 않고서는 아들을 데려오기 겁이 나서 오늘은 혼자. 동계용 침낭만 있다면 차에서 밤에 자는 것도 가능하겠구나 싶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지. 정말 밤새 잘 생각은 없었으니까. 오늘 돌아가서 내일은 가족들을 놀래켜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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