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학급이야기

점심시간, 학교

타츠루 2019. 2. 26. 23:40

원글 : 2018.04.17. 발행

학교로 복직한 이후로, 커피는 물 마시듯 한다. 그래도 드립력!이 늘어선가.. 내가 내린 커피도 맛있다. 학교의 생활을 '힘들다'라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다. 학교를 보는 부정적인 시선에서 비롯되는 말인 것 같아서. 집에서 살림하고 애보는 것과는 다른 힘듦이 있긴 하다. 내가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늘고. 이런저런 눈치만 보면 뭐든 평균 이하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선생 안되려면 내 뜻대로 뭔가를 해야 한다.

어제 책을 하나 꺼내 읽다가 역시 책이 힘이 됨을 깨닫는다. 생각이 복잡하면 내 생각만으로는 문제도 못 찾고, 그 문제에서 답도 못 찾는다. 그래서 책이 의지가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의 에너지에 기대어 내 생각을 자라게 할 수 있다.

한때 '공교육의 불가능성'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고, 나는 '무력감'에 빠져 지냈다. 가르치는 일과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 없으면 학교에서 올바로 생활할 수 없다. 그런 책을 쓴 한 분은 학교를 나가셨다. 나는 학교에 남았다.

갖가지 교육과 관련된 사안들에 사람들이 시끄럽다. 각자 의견을 말하고 주장을 하기도 한다. 내가 그들의 의견 중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은 '학교의 가능성을 믿는가' 하는 것이다. 학교를 해체하고 다시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주장은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에 대한 믿음과 가치에서 출발해야 한다. 될때로 되라지 욕지기만 하는 글을 읽어볼 시간이 아깝다.

학교를 못 믿는다. 교사를 못 믿는다. 제도를 못 믿는다. 는 말들은 그저 음모론 같이 느껴진다. 잘못된 관행은 고치고, 잘못된 행동은 들춰내고, 잘못된 제도는 고쳐가야 한다. 하지만, 나만 빼고 다 잘못되었으니 '어떻게든 내 몫이나 자식몫은 챙겨야 겠다.'는 인간에게서 더는 들을 것이 없다.

하나의 결정도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없다. 그래도 그 와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며 하루하루 산다. 또 머그컵에 커피를 부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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