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7월이니 떳떳한 여름이다. 남부지방에는 별로 비를 뿌리지 않았어도 일단 일주일 정도 지속되던 장마를 겪었으니 이제 정말 여름이다. 태풍이 올거라는 예보를 보니 이제 피할 수 없는 여름이다.
우리 동네 다른 한 가족과 오늘은 여수 장도로 향했다. 장도로 가는 길에 봐두었던 해수욕장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차를 타고 가면 1시간 20분 정도 걸리니까 부산 해운대로 가는 것과 시간상 큰 차이는 없다. 도미노 피자에 점심을 시키기 전까지는 오늘 놀러간 장소의 이름을 알지도 못했다.
“웅천친수공원”
공원 앞에 해수욕장이 있다. 블로그 검색을 했을 때는 일부러 ‘만든’ ‘인공의’ 해수욕장이라 들었다.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잠시 궁리해 보지만 검색은 하지 않고 그저 즐기리로 한다.
8시 40분에 진주를 출발한 우리는 휴게소에 들러서 간식도 사느라고, 10시를 넘겨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수까지 가는 고속도로는 차로가 넓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운전히 힘들거나 불편한 코스는 아니다. 아들은 소떡 2개(4000원*2), 딸은 고구마튀김, 나는 커피를 사고 휴게소를 떠났다. 2주전에 사둔 이케아 파라솔을 드디어 써본다는 생각에 나는 약간 설레어 있었다. 오늘의 내 노고는 이루 말 할 수 없이 대단할 것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아이들은 3시 30분까지 놀았고, 그 사이 피자를 시켜먹었고, 수영장은 정식 개장이 아니라고 샤워시설을 개방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대충 씻겨도 내가 씻기가 힘들었다. 설명할 수 없지만, 나도 결국 씻었고, 3시 30분까지 놀고서도 우리 두 가족은 진주로 와서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또 우리 집으로 초대해서 아이들이 실컷 놀게 했다. 우리 딸과 아들은 “이제 자러 가.” 라는 소리를 듣고 바로 기절하듯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가장 머슴 노릇을 많이 한 나는 아직 씻지도 못했다.
여기 수영장의 장점은 아이들을 씻기면서 알았다. 모래가 정말 모래다. 해운대의 모래는 흙모래라기 보다는 갖가지 작은 알갱이의 집합이다. 조개껍질이 너무나 잘게 바스라져서 잘 살펴보면, 입체라기 보다는 편 모양이다. 그런 알갱이는 물로 씻어내려해도 잘 씻기지 않는다. 한데, 여기 친구공원 앞 모래는 정말 모래다. 물로 씻으면 쉬이 떨어져 나간다. 야외 개수대에서 아이들을 대충 씻겨야 했지만, 그래도 잘 씻겨 내려가서 씻길만 했다.
나는 긴팔옷을 입고, 얼굴은 버프로 싸매고 썬글라스를 끼고, 모자까지 썼다. 단 한 곳 보호하지 못한 내 손은 붉다못해 검게 타버렸다. 올해 피서는 이것으로 그만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아무튼 그렇게 피곤하게 잘 놀았던 토요일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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