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의 경주 여행은 짧기만 하다. 그래도 경주에만 7, 8번은 왔던터라 가볼 만한 곳은 다 가봤다 생각했다. 예전에, 힐튼 호텔 옆 우양미술관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누구였을까. 숙소인 황룡원에서 아침에 검색을 해보니 아이들에게 딱 맞는 전시를 하고 있다. Amazing. 화려한 색이 들어간 전시에다가, 관람객이 참여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몇 가지 마스킹 테이프로 아이들이 무엇이든 꾸밀 수 있었다. 딸은 이름을 썼고, 하트를 만들었다. 아들은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을 여러가지로 덮어보며 즐겼다. 하루 정도 전시를 하고 나면, 상당 부분은 다시 떼어내야 되지 새로운 관람객들이 새로운 상상력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시에 오픈하자 마자 들어가서 다행이었다. 아이를 동반한 더 많은 가족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우리 가족만 모르고 다른 가족들은 다 알았던 걸까?
공기로 채운 사람의 내장 같은 공간으로 들어갔다. 외부에서는 내부에서 움직이는 우리는 볼 수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작품을 본 적이 있다. 그때는 훨씬 거대한 공간이었는데, 이렇게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니 또 다른 기분이었다. 외부에서 내부를 볼 수 있도록 만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유는 모르지만, 딸은 즐거워 했다.
미술관에 들어서자마 Sun Catcher 를 만들어 보는 공간이 있었다. (Catch의 철자가 Chatcher로 잘못되어 있다는 걸 발견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OHP 필름 같은 것에 위 사진에 보이는 작품을 포함해서 세 가지의 작품이 프린되어 있었고, 그 중 하나를 골라서 풀과 샐로판지로 꾸미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새로운 재료에 아주 신이 나서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전시를 돌아보다가, 그 작품을 실제로 보게 되었다. 남성이 만들어낸 여성의 신체라는 틀에서 벗어난 표현을 했다는 작가의 작품이다. 다양한 색깔로 한껏 꾸미고, 자유롭게 볼륨감 있는 몸을 보니 마음이 편안했다. 딸에게 저 비너스와 같은 포즈를 주문하며 재미있게 사진을 찍었다.
우양미술관 입장료는 전시마다 차이가 있다고 한다. 오늘 전시의 입장료의 경우, 성인은 12,000원, 학생 9,000원이었다. 경주시민은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장애인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12,000원이면 영화 관람료보다 약간 비싼 정도인데, 우양미술관에서 거의 2시간을 쉴 새 없이 보냈으니 돈이 아깝지 않다.
나오는 길에는 미술관 내 슈만과 클라라에서 드립 커피도 한 잔 테이크아웃해서 나왔다. 다음에 경주를 가게 되면, 또 가고 싶은 미술관이다. 초등 1학년 우리 딸은 “미술관 같지 않다”고 했고, 이런 재미있는 미술관을 잘 찾아다니자고 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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