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가본 적도 있고, 조식을 먹은 적도 있지만, 그런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딸에게 호텔은 낯선 곳이었다. 카드를 대야 문이 열리고, 카드를 꽂으며 불이 들어오고 에어컨이 돌아간다. 종이 네 장을 주고 자리에 앉으면,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이 가득하다. 접시에서 음식을 비우자 마자 사람이 와서 그 빈접시를 치워준다.
호텔 지하에 있는 편의점에 갔을 때는 한국말이 유창한 외국인 노동자분이 있었다. 내 손으로 해야 할 많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대신 돈을 지불하고, 편하다 라고 생각하는 게 어떤 점에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느낌이다. 아무튼 아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노동하지 않으니, 그저 자동으로 되는 것 같은 호사가 신기하기만 하겠다.
그렇게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잠수함을 타고 바다속을 구경했다....는 거짓말이고, 아쿠아플라넷 여수로 갔다. 여기도 이미 온 적이 있지만, 딸은 유모차에 실려 왔을 때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오늘은 특별히 수조로 가서 배를 타고 물고기에게 밥주기까지 했다.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프로그램을 거의 빼먹지 않고 하나하나 다 해봤다. 마지막 푸드코트에서 식사까지. 이제 거의 아무거나 먹을 수 있어서 메뉴 걱정이 별로 없고, 아무데나 앉을 수 있어서 유아용 의자를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어서 좋더라.
소비가 적은 가족이라, 딱히 보복소비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가끔 마스크를 벗기도 하고, 많은 사람 가운데 밥도 먹으니, 이제 코로나가 끝난 건가 싶기도 하고, 미뤄뒀던 여행도 더 열심히 해야 겠구나 싶기도 하다. 집으로 와서 사진을 보니, 웃는 내 얼굴은 예전보다 좀 더 주름이 진다. 아이들은 자라고, 나는 체력관리를 열심히 해야 한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많은 것에 마음을 쓰게 된다.
주말마다 일정을 잡아두고 있어 주중에도 주말에도 바쁘다. 돌아와서는 다가오는 주 수업 준비를 한다. 정신없이 바빠서는 안되고, 정신있이 바빠야 한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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