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자전거 세차하기로 했잖아.”
아들은 지난주에 제가 자전거를 세차하는 것을 보고, 자기 자전거도 세차를 하자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미루지 않고 바로 세차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들은 마치 주말만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자전거가 깨끗해지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두 아들에게 시킬 수도 있지만, 그렇게 시켰다가는 혹시나 다칠까봐 우선 체인 세척만 제가 합니다.
준비물
- 주방세제
- 청소용 솔
- 디그리스액
- 체인 세척액
- 체인 세척기
- 마른 면헝겊
- 건식오일
세차의 순서
- 구동계
- 뒷타이어
- 앞타이어
- 바디
- 물기 닦기
- 건조
우선 물을 뿌리고 체인 세척을 준비합니다. 아들에게는 비닐 장갑을 끼고 오라고 했습니다. 체인 세척의 경우 기름떼도 많이 묻고 디그리스 용액이 피부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그건 제가 했습니다. 값싼 세척기이긴 하지만, 효과는 좋더군요. 페달을 뒤로 돌려가며 체인을 세척하는 데, 검은 기름떼가 나왔습니다. 아들도 얼른 참여 해보고 싶어했습니다.
체인이랑 스프라켓 청소를 하고 나니 이제 아들 손에 맡깁니다. 자전거세척용 수세미를 들고 주방세제를 뿌려가며 자전거 구석구석을 닦습니다. 이 자전거를 사준 지 2년은 된 것 같은데, 제대로된 청소는 처음입니다. 그렇게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체인이 많이 더러워졌더군요. 미루지 않고 세척하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아들은 알아서 잘 씻고 물로 자전거를 잘 행궈줬습니다. 자전거 세척 하느라 화장실에도 기름떼가 좀 튀어서 그것도 정리하도록 시켰습니다. 마른 헝겊으로 자전거를 닦고, 드라이기로 자전거를 말렸습니다. 자전거를 집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 체인을 다시 마른 헝겊으로 닦고, 건식 오일을 좀 발랐습니다. 그리고 끝.
아들은 컵라면 하나를 끓여먹네요.
더 어릴 때에는 혼자 밥 먹는 것만 해도 참으로 뿌듯했는데, 이제는 정말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아졌습니다. 샤워를 혼자하고, 혼자 컵라면을 끓이고, 혼자 학원에 갔다 오고, 혼자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니고, 혼자 글만 있는 책을 읽고, 혼자 잠을 자고, 신발끈을 묶고….. 그간 많은 것을 이뤄왔습니다. 아들의 세상이 크고 굳건해지는 것을 보면 어쩜 내가 내 역할을 조금은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아쉬움이 큽니다. 지금은 젠 체 하면 혹은 귀찮아 하며 자전거 세척 하는 걸 가르쳐 주는 데, 곧 나에게 묻지도 않고, 내 힘도 필요치 않고 혼자 하게 되겠죠. 아마 흐뭇해 하겠지만, 그립기도 할 것 같습니다.
부모가 된다 라는 잘못된 것 같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떤 단계에 올라서거나, 어떤 직위를 부여 받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한 계속 변화하는 과정이고 진행형이니까. 아이는 태어나 준 것만으로도 아이가 되지만, 부모는 나아주는 것만으로는 절대 안되는 일입니다.
괜히 아빠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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