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첫 수업 준비
학교를 옮겼을 때의 불편함, 약간의 당혹스러움이 이런 것이었구나 다시 생각한다. 학생들에 대해 전혀 파악이 안 되어 있다는 것. 새로운 학교로 배정받아서 학생들의 성적에 대한 정보는 1, 2학년 학생들의 전국연합 성적 분포도였다. 영어과목만 눈에 들어왔는데, 학생수가 워낙 적기도 하지만 1등급이나 2등급을 찾기가 어렵다. 한데, 그건 그저 연합 평가 성적 분포 일 뿐. 그게 수업 준비를 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첫 수업
예전에 저경력 교사일 때 많이 들었던 말이 학생들이 간을 본다. 는 말이었다. 그러니 약간은 인상을 쓰고 들어가는 게 좋다는 말을 하는 분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영어 수업은 '언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수업이다. 딱딱한 분위기에서 언어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고등학교 수업이 독해 중심 혹은 대입 준비를 위한 수업으로 흘러간다 하더라도 아니, 대입을 의식한다고 하더라도 딱딱하기만 한 분위기에서는 수업이 잘 될 리가 없다.
학생의 학습
수업을 끌고 나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 혼자 수업을 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교사가 무엇을 가르치느냐?' 보다 '학생이 무엇을 배우느냐'가 중요하고, 학생이 '지식'을 배우기 보다 '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해졌다. 그러니 학생의 참여는 필수다. 내 경험이 일천해서 늘 수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지만, 처음 마주하는 학생들이라 더 마음이 쓰인다. 그리고 고3학생들이지만 교과서를 가르칠 결심을 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생각보다 계획
머릿 속으로 첫 수업은 무얼 할까, 교과서 수업은 어떻게 진행할까 계속 고심했다. 머릿속에 질문을 하나 넣고 나면 갖가지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고, 그걸 또 메모하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 고민한다. 그러다 보면 수업 계획 진행은 안되고 머릿속에 가득가득 차오르는 느낌만 강해진다. 그래서 오늘은 작정하고 공간을 잡았다. 커피값을 내고 책상을 얻었고, 거의 2시간 내리 앉아서 계획을 끝내고 학습지도 만들었다. 아직도 준비할 게 더 남았지만, 너무 많이 준비해도 곤란하다.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서 변주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시간 만에 어쨌든 무언가를 이룬 나에게는 휘낭시에 두 개를 선물했다. 오늘 중대한 일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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