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영어수업 모둠 활동 - 단어 찾고, 문장 읽기

드디어 모둠 수업을 해보고 있다. 수업이 강의식으로 흐를수록, 학생을 통제하려고 애쓸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학생을 깨워도, 결국 강의가 시작되면 잠들게 되기 쉽다. 독해를 하려면, 결국 스스로 영어를 해석해 봐야 하겠지만,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에서 수업을 듣기만 해야 한다면, 하루 종일 적정 수준의 집중력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지난주부터는 전략을 좀 바꾸고 있다. 수업 시간 수업을 듣기 위해서 참아야 하는 시간을 줄이고, 참여 하는 시간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 참여가 많으면... 진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몇 가지 전략을 섞어서 진행하고 있고, 상당히 성공적이라 생각한다. 우선 더 많은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더 활기차게 참여한다. 진도와 성적은 그다음 문제다. 일단 수업에 집중하게 되면, 진도를 나가는 것도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독해 수업을 진행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어 지문 읽기 활동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1. 수업의 도입
   학생들은 모둠으로 앉아서, 교사가 만들어 제시한 한글 단어 리스트를 보고, 교과서에서 그 단어를 찾아 빈칸을 채워야 한다. 학생들 그룹은 성취와는 관련이 없고, 그저 원하는 대로 앉도록 두었다. 모둠 수업에서 모둠 구성의 방법이 중요하겠지만, 우선 친한 학생끼리 앉으면 활기찬 분위기는 보장할 수 있다. 내가 만든 단어 리스트는 교과서 문장 순서와 같아서, 눈치껏 단어를 찾는 것도 가능하다. 단어를 잘 모르는 학생이라도, 다른 친구의 단어 목록을 보고 쓰면서 단어를 찾아낼 수 있다. 교사가 불러주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학생들이 단어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이 활동을 팀 간 경쟁으로 만들어서,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단어를 모두 채운 모둠은 검사하고 상을 준다.

2. Baskin-Robbins 31
   영어 지문을 이해하려면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교사와 문장의 의미를 찾으려고 해도 일단 하나의 문장 전체가 눈에 들어와야 한다. 이러려면 읽혀야 하는데, "자, 내가 읽을테니까 따라 읽어봐." 식으로는 문장을 읽힐 수가 없다. 본문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고, 적당한 크기로 문장을 나누어서 대략 20개 내외 정도 되는 칸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칸마다 번호를 줬다. (위 그림 참조)
   한 사람이 1~3개의 문장을 읽을 수 있고, 마지막 문장이 걸리는 학생은 지게 되는 게임이다. 모둠 내에서 패자 한 명을 뽑는 것인데, 3번 정도 게임을 하라고 했기 때문에, 학생들은 여러 문장을 적어도 세 번 읽게 되었다. 특히나 지기 싫어서 열심히 하기도 했다. 3번 게임 중 많이 진 학생은 수업이 끝나고 잠시 남겨서, 영어 문장 하나를 나에게 암송하는 벌칙을 주었다.
3. 혼자서 해석해보기
   다음은 개별 활동이다. 여러번 읽은 문장 중, 세 개를 고르고, 그중 두 개는 직접 해석해보도록 한다. 단어학습도 했고, 문장도 읽었으니 이제 해석해볼 시간이다. 이때, 어려워 보이는 하나는 영어문장만 써두도록 한다. 그리고 선생님 설명을 듣게 되면, 반드시 그 문장만큼은 제대로 알고 가도록 하라고 일러둔다. 물론, 스스로 선택한 두 개의 문장을 해석할 때도 나에게 질문을 할 수가 있다. 어떤 활동이든 학생들의 선택권을 줄 수 있으면 좋다. 해석 수업을 강의로 진행할 때보다 훨씬 많은 질문을 받을 수가 있었다. 이 해석 활동은 10분 정도로 끝낸다.

위 활동을 모두 마치고 나면, 10분에서 15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그리고 그 시간은 미리 준비한 본문 해석 강의를 틀어주고, 중간중간 멈춰가며 설명을 덧붙인다. 시간이 20분 정도 확보된다면, 상당한 정도로 지문 해석을 할 수 있겠지만, 너무 욕심 내지는 않기로 한다. 일단 활동에 익숙해지면, 다음번에는 활동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그만큼 해석 강의를 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했을 때, 고등학교 2학년 기준, 3시간 정도면 본문 해석 수업은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도 몇 차시의 수업을 더 해봐야 겠지만,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활동이 되었다. 영어 문장을 못 읽더라도 그룹 내에서 서로 도와주거나 가르쳐 줘 가며 위 활동을 모두 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