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아내 뱃속의 알콩이는 11주째 열심히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에는 불임이나, 임신 중의 유산, 사산 등이 너무 흔해서, 정말 산모와 아기가 건강하게 임신 기간을 견뎌내는 것자체가 대단한 일인 듯 하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쉬운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 되기도 하는 걸 보면, 내가 가진 작은 행복에 대해서 깊이 감사하고, 다가올 큰 행복에 대해서 조바심 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알콩이의 심장소리를 2주전쯤에 들었고,
며칠전에는 알콩이에게 읽어줄 책을 몇 권 샀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라는 책.
우리 조카가 태어나고, 조카를 보러 가면, 봤던 책들이 그렇듯이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아, 별다른 내용이 없다기 보다는, 어른들이 어른들의 책에서 기대하는 많은 정보는 없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니 신기할 따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는 책은
엄마나 아빠가 아기를 어떠한 경우라도 사랑한다는 책이다.
그렇다. 내가 써도 쓸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쁜 아기 그림은 내가 해결할 수 없을테니..
아직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아기는 엄마의 입덧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나는 그 아이가 몸을 웅크리고 있을 것 같은 아내의 배에 손을 얹고, 책을 읽었다.
아이에게 이야기하듯 책을 읽어갔다.
아내가 되려 쑥쓰러워 한다.
아내에게도 책을 읽으라 하니 쑥쓰럽단다. 그래도 알콩이가 태어나면, 나보다 훨씬 더 아이를 사랑해주겠지? 언제 그랬냐는 듯, 콧소리 내며, 하이톤의 목소리로 아이에게 '까꿍, 까꿍'을 연발하겠지.
책을 읽는다.
아이에게 내 사랑이 좀 전달되도록. 엄마는 알콩이에게 영양을 주고, 늘 붙어 다니니, 내 사랑을 느낄 시간이 너무 없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알콩아, 사랑한다.
건강하게 자라서, 건강하게 보자.
아빠가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사랑해. 언제나 사랑해.
너에게 기대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고, 칭찬하기도 하고, 꾸짖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무조건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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