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꾸물꾸물 비가 올 날씨다. 뉴스에서는 오늘은 가을장마가 남부지방으로 조금 내려올 거라고 했다. 밤이 되면 많은 비가 올 수도 있다고 한다. 비가 온다고 해서 늘 오는 게 아니고, 정말 온다고 해도 늘 많이 오는 것도 아니다. 폭우나 태풍이 아니라면 자전거를 타는 데 별 문제가 없다.
어차피 브롬톤 앞에 달아둔 C백은 옷+아이패드만 넣어다는 용도가 되어 버렸다. 다른 짐은 늘 학교에 있다. 제대로 된 판초우의를 일단 하나 챙겨 넣고, 밖을 보고 나서는 비가 조금 뿌릴 때를 생각해서 파타고니아 토렌쉘 풀오버도 챙겨 넣었다. 비가 조금 올 때라면 상체만 비를 막아도 충분하다. 판초우의는 더 거추장스럽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비가 부슬부슬 온다. 풀오버를 걸치고, 가방에는 레인커버를 씌워 준다. 그리고 잔잔한 비 덕분에 학교에 시원하게 도착. 차라리 비가 와서 대기 중 습도는 낮게 느껴진다.
하루 종일 학교에 있다가 야자감독까지 마치고 나니 밤 10시. 낮에는 제법 비가 내릴 때도 있었는데, 오늘 밤에도 그냥 흩뿌리기만 한다. 아주 작은 모래 알갱이만한 물방울이 바람을 따라 내게 떨어진다. 풀오버만 걸치고 페달을 밟는다. 그리고 온몸으로 비를 맞고, 바람에 맞서고, 내 몸과 자전거의 무게를 내가 이고 지고 앞으로 나간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역시 이 맛에 자전거 탄다라고 자칫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역시나 비 오는 날 자전거 타는 게 최고다. 이는 마치 수영하는 것과 비슷하다. 수영을 배우러 다닐 때, 내가 제일 좋아하던 시간은 앞 타임 강습이 끝나고, 우리 강습이 시작되기 전 그 짧은 시간이었다. 나는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어, 아주 천천히 팔을 젖고 발차기도 천천히 조금만 하면 물을 제치며 나간다. 물을 나에게 맞서면서도, 나를 받쳐주면서, 나를 감싸면서, 나를 밀어준다. 물에 닿은 내 몸 구석구석은 물과 노느라 정신이 없다.
빗 속을 느긋하게 달리면, (반드시 느긋하게 달려야 한다.) 빗방울이 온몸에 떨어진다. 내 몸의 신경들은 그제사 나도 여기 살아있소이러면서 내게 소리 지른다. 하루 중 한 번도 내 의식을 사로잡지 못했던 내 몸 구석구석이 그제야 살아난다. 하루 종일 몸을 쓴다고 해도, 우리는 아주 일부만 사용할 뿐이다. 앉아서 컴퓨터 보고, 서서 이야기하고, 앉아서 밥 먹는 사이 우리가 관심 두는 몸 구석은 별로 없다. 일부러 움직여 줘야 몸이 살아난다.
이제는 학교에서도 보는 사람마다 자전거 좋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렇다고 자전거 타는 사람이 늘지는 않겠지만, 자전거 타는 게 뭐 그리 좋은가 궁금해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내일도 딱 오늘만큼만 비가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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