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시작하는 데, 벚꽃만 눈에 들어온다. 늘 바람이 내 길을 막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바람이 뒤에서 밀어준다. 페달을 일부러 천천히 밟는다. 자전거 도로 한쪽 끝으로 붙어서 가까이 있는 벚꽃, 멀리 있는 벚꽃을 번갈아 가며 본다. 봄은 무심하게 온다. 봄을 누리는 사람은 봄을 바라보는 사람 뿐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의 시간이 늦게 가는 것처럼, 주의 깊게 관찰하는 사람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볼 수 있는 것부터 볼 수 없는 것까지. 주위에 관심을 많이 가지면, 더 많은 삶을 살 수 있다.
사진을 한 장, 두 장. 빌딩들을 지나는 데, 빌딩 유리에 내 모습이 비친다. 나는 조금이고, 길에 활짝핀 벚꽃이 빌딩 유리에도 차 올라 있다.
아무리 페달을 천천히 밟아도 나아간다, 앞으로.
그렇게 퇴근 길 꽂 구경은 너무 빨리 끝나버렸다.
차를 타면 보지 못하는 풍경을 누려서, 출퇴근 길이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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