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맥주 한 잔으로 주말 시작

타츠루 2022. 6. 10. 22:30

딸의 윗니 두 개가 흔들린다고 해서, 아내는 치과를 예약했고, 내가 퇴근해서 딸을 태우고 치과로 갔다. 앞쪽 두 개가 흔들리는 데, 더 많이 흔들리는 이를 먼저 뽑았다. 다른 하나는 2주 후 쯤 뽑기로 하고 치과 예약만 하고 왔다. 지난 주에도 이를 하나 뽑았는데, 이번주에도. 많이 컸다는 생각도 말도 자주 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그런 생각을 했다. 빠진 이 자리에 거즈를 물고, 딸은 피를 삼키는 것 같다며 질색을 한다. 그래도 차에 태우고 꽈배기 집으로 가서, 아침으로 먹을 꽈배기를 오랜만에 샀다.

아내는 딸이 먹고 싶다던 크림스파게티를 만들고 있다. 맥주를 한 캔 마시며 얼른 노곤해 지고 싶었지만, 배가 불러 밥을 먹기 힘들까봐 기다린다. 맥주는 역시 빈속에 마셔야 좋다던,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스파게트를 후루룩 먹어치우고 맥주 머그에 맥주를 따른다. 그리고 거푸거푸 들이킨다. 딸이랑 잠시 놀다가 피곤해진 나는 침대에 스르륵 누웠다.

샤워도 하지 않고, 일기도 쓰지 않고, 블로그 글도 쓰지 않고 그냥 잠들어 버릴까 하다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아서 다시 일어났다. 분명 잠을 잔 것 같은데, 시간은 얼마 흐르지 않았다. 금요일 저녁 맥주 한 캔으로, 바쁘던 일상을 떼어 내려고 하는 내가 잠시 한심했다. 차라리 자전거를 몰고 나가서 땀을 흘리고 오는 게 좋을텐데. 잠시 누웠다 일어났다고 컨디션이 좋아졌다. 딸을 간지럽히며 놀다가 샤워를 한다.

일기장과 만년필

매일 일기를 쓰다 보니, 만년필 잉크 소모가 빠르다.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고, 일기를 쓴다. 오늘 다른 선생님들과 이야기했던 이야기, 맥주 마시고 누웠던 이야기를 쓴다. 별 것 없는 이야기를 별스러운 것처럼 쓴다. 재미가 없고 의미가 없어도, 일상은 일상이기 때문에 유효하다.

갖은 짐과 부담은 두고, 이제 침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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