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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대학동기 회합의 역사적 의의


대학동기들을 근 2년 만에 만나고 돌아가는 길.
서로의 최신 소식을 업데이트하며 기억을 되돌리려 애쓴다.
부모님의 연세를 묻고, 아프신데 없는지 듣는다.
너는 어디 아픈데 없느냐 묻고 나이듦의 팍팍함에 대해 털어놓는다.
너의 새치는 어찌 앞머리만 점령한 것일까,
너는 언제 어느새 염색없이는 견딜 수 없게 되어 버렸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치 식순이 정해진 결혼식의 차례를 지키는 것처럼,
우리는 같은 학번 여학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꼽아 본다. 순희, 영희, 지영… 끝끝내 생각나지 않을 이름을 담배 태우러 나갔다가 기억해 내서 들어온다.
그래, 19명 여학생, 7명의 남학생. 후배들 안부까지 묻고 들으며,
각자 가진 조각을 꺼내어
안부의 큰 그림을 누벼본다.
누벼도 누벼도 결국 넝마같은 현재.
대강 마무리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우리가 스무살 때, 우리 사이가 과거를 추억하는
혹은 추적하는 사이가 될 거라 상상이나 했었을까.
어느새 모여 앉아, 분기당 한 번이라도 모여보자
으쌰으쌰
서로 필요로 필요한 사이가 되었다 공유하는 기억은 이해의 폭이 되고, 모자란 기억은 서로 보태 완성한다. 개인의 기억은 인류의 기억의 일부로만 완성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회합은 가히 역사적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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