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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떨치려는 퇴근길

퇴근길

오늘은 좀 늦은 퇴근이다. 할 일이 끝도 없이 있는데, 그 할 일을 정리하지 못해서 조금은 시간은 허투루 보내고 왔다. 그래도 앞에 앉은 사람, 옆에 앉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게 모두 일이다. 아니, 그런 대화가 모두 내 일의 일부다.

퇴근하는 데, 손톱달 혹은 눈썹달이 따라온다. 나도 모르게 페달을 빨리 밟다가 잠시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달려야지 생각하는데, 금방 땀이 나려고 하고, 그러다 보면 집 앞까지 도착해 있다. 이제는 밖에서 자전거를 탈 때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날이 지면 나오는 하루살이들 때문에 버프는 해야 한다. 눈으로 입으로 잘못하면 하루살이를 삼켜 버릴 수도 있다.

집으로 와서 오늘 보고 들은 것들을 일기장에 써본다. 어떤 사람의 지친 표정, 어떤 사람의 힘찬 얼굴, 어떤 학생의 고분고분한 얼굴, 어떤 학생의 실망한 얼굴. 사람들의 감정이 색으로 드러난다면, 학교는 행복에 가까운 색일까 아닐까. 어떤 색이든 제 빛을 내고, 그 빛들이 어우러지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사회가 그런 것만큼 학교 안도 다양한 욕망이 있고, 그것들도 온도를 가진다. 마치 불타는 것 같이 뜨겁게 느껴지는 욕구도 있고, 도달할 수 없는 것들에 시선을 고정하고 몸은 차갑게 식어버린 욕구도 있다. 그런 욕구들을 불러준다면, 모두 다시 생기를 가질 수 있을까.

매일 학교의 변화를 꿈꾸는 데, 나의 역할은 어떤가 고민이 된다. 그저 모두 놓아두고, 될 데로 되라지 하는 심정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건 옳지도 좋지도 바르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잘 변화할 수 있도록 그 변화의 일부가 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내일은 퇴근길에 조금 더 길을 돌아서 와보고 싶다. 딱 10킬로 정도를 채우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