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작성 : 2020.03.29.
다가오는 한 주, '되든 안 되든' 온라인 수업 시스템을 돌려봐야 할 것 같다. 교육부의 어정쩡한 태도, 갑갑한 지시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오로지 '집에서 뭐 해야 할 지 모르고 불안해 라 수도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 그리고 어떤 식으로 해나가야 할 지 정리
01. 교실 세팅
녹화된 강의, 구글클래스룸
양방향 화상 채팅이 가장 좋은 수업 방식이 될 것 같다. 하지만, 학생들이 준비할 게 많아진다. 그리고 시간을 정해서 출석해야 하니, 학생들이 준비가 안되고, 학생들에게 수업 공지가 안되면 수업 참여가 안될 수도 있다.
그러니 우선 녹화된 강의를 가지고 수업을 듣게 하고, 그에 걸맞는 과제를 내주면 된다. 녹화된 강의는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이 전혀 없고 지식 전달 방식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니 녹화된 강의로 50분을 채워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맞지 않다. 20~30분의 강의를 제공하고 혼자서 학습할 수 있는 과제를 내어주는 것이 좋겠다.
일단 학교는 여러가지 옵션이 있지만, 가장 '편안한' 선택은 'EBS온라인클래스'인 것 같다. 하지만 EBS는 IT기업이 아니고, 엄청난 사용자 러시에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느리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EBS방소을 가져다 쓰기에는 좋지만, 그 외에 기능은 제한이 많다.
구글클래스룸 의 경우, 학생들이 클래스로 와서 '코드'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는 안내를 하면 쉽게 가능할 듯. 구글기반이니 학습을 위한 외부서비스(구글드라이브, 각종 퀴즈서비스, 유튜브 영상 등)를 가져오기 좋다. EBS에 비하면 굉장히 빠르다.
02. 강의 준비
아이패드, 애플펜슬, Expain Edu
이미 만들어둔 구문 강의 자료가 있다. 2009년부터 학습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거꾸로 수업 방식으로 영상을 만들어 왔다.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강의를 시청한다고 가정해야 한다. 수업 자료는 모두 구글드라이브에서 만든다. 글자 폰트는 가독성을 기준으로 정하는데, 나는 Geogia 를 선호한다. 폰트 크기는 24~36 사이로 정하면 된다. 한 슬라이드에 세 문장 이상을 넣으면 스마트폰으로는 선생인의 필기를 볼 수가 없다.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소리의 볼륨이다. 음질이 어떻든지 간에 어떤 영상을 보든 충분한 크기의, 거의 일관된 볼륨을 유지하는 게 좋다. 나는 별도의 보이스레코더를 사용하고는 음성 문제는 해결. 어제는 새로 주문한 핀마이크가 왔다. 녹음기를 테이블에 두고 썼는데, 노이즈가 생기는 것 같아서 결국 핀마이크까지.
만약 가능하다면, EBS처럼 교사의 얼굴이 보이고, 칠판에 판서를 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집에서는 그런 사정이 안된다. 학교에서 촬영한다해도 우리 학교에는 전자칠판이 없다. 나는 아이패드 프로2세대 10.5를 사용한다. 애플펜슬과 강의 녹화를 위한 Explain Edu 라는 앱을 사용한다. 가격은 14달러. 거의 모든 자료를 불러와서 노트하며 녹화할 수 있다. 단 iOS앱만 있다.
03. 학습시수 운영에 대한 생각
온라인 수업을 시간표대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루 7시간 동안 50분 온라인 수업 참여하고, 10분 쉬고, 점심 시간 지키는 건 '집에서'는 불가능하다. 이 부분에서 교육부가 학교와 교사에게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는 부분이다.
온라인 수업의 장점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교사는 학년 기준으로 자신이 한 주에 해야 하는 수업을 준비한다. 일주일에 고등학교 2학년 수업에 4시간 들어가는 교사라면, 4시간 분량을 준비하면 된다. 학생은 자신의 수준에 따라 이 수업을 다 들을 수도 있고, 과제만 수행할 수도 있다. 당연히 수업에 대한 이수 기준은 '수업을 들은 양'으로 정하기 어렵다. 이미 말한대로, 학생들이 한 주에 들어야 하는 오프라인 수업 시간만큼 온라인 수업을 듣는 건 '불가능'하다. 오프라인 수업을 기준으로도 집중해서 매일 매일 수업에 충실히 참여하는 학생이 많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온라인으로는 그 정도가 수업이 얼마나 힘든 지 알 수 있다. (이 점을 교육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지 이제는 정말 의심스럽다)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 된다면, 이미 제작된 동영상 강의에 더해서, 실시간 강의도 가능하다. 어쨌든 학생들 얼굴도 봐야 하고, 학생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어려워 하는 점을 빠르게 파악할 수도 있다. 실시간 수업은 강의식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위한 것으로 해도 좋다.
교과수업 외에 갖가지 교육에 대한 수업은 교육부가 제공하고, 훌륭한 제작자가 유익하고 '재미있는' 자료를 만들도록 지원하라. 흡연 예방교육, 자살예방교육, 학교폭력 예방교육, 독도, 나라사랑 교육, 통일교육, 인성교육...등등. 너무나 많은 교육이 이미 학교에 들어와 있다. 이걸 교실 밖에서 학교에서 하던 것만큼 하는 건 불가능하다. 교과시간에 충분히 가능한 것은 과감히 삭제하고, 학교와 학생에게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수한 자료를 제작해서 배포하라.
04. 기타
Paperless 로의 전환 : 학생들에게 학습지를 나눠줄 수 없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학생들도 '종이 없이' 수업을 들을 거라는 걸 고려 해야 한다.
돈을 써라 : 제발 교육부가 돈을 써줬으면. 온라인 수업하려면 '도구'가 필요한데, 학교에 이런 게 어디있나. 교사는 수업때 사용하는 마이크도 직접 사 쓴다. 화상캠 가격이 오른다는데, 실시간으로 수업 하려면 카메라는 사줘야 하는 거 아닌가? 녹음 하려면 보이스 레코더 정도는 있어야 한다. 고급 콘덴서 마이크는 바라지도 않는다. PPT에 필기라도 하려면 '태블릿 디지타이저 or 펜타블렛'(스타일러펜 입력 도구) 정도가 있어야 한다. 뭐, 이런 디지타이저도 필기 하려면 연습이 필요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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