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

가족의 확장

타츠루 2010. 9. 23. 20:10

오늘로 추석연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네요.
수업준비를 위해, 책을 한 가득 싸서 배낭에 넣어서,
돌아다니지만, 수업 준비는 답보상태인 것 같네요.

우리집에서의 추석은 제 입장에서 별 달라진 게 없습니다.
누나내외와 동생내외가 있지만, 그들은 꽤 오랫동안 봐왔으니,
새로운 가족이란 생각이 들지 않으니까요.
아내는 좀 달리 느끼겠죠? 같은 공간에 있을 때,
그리고, 서로 모두모두 잘 알지 않는 사람들끼리 있을 때의
약간의 어색함, 불편함은,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일 때, 가장 잘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장인어른과 장모님과 아내와 아내의 동생과 아내의 외할머니댁으로 향했습니다.
이모님들과 이모부들, 그리고 아내의 사촌들.
한 자리에 모이니 20명이 되더군요.
외할머님 주름처럼 세월이 새겨져 있는 집에 옹기종기 앉아 있으니,
마음은 훈훈해졌지만,
너무 익혀야할 얼굴들이 많으니,
제 마음보다는 제 머리가 바쁘더군요.

사람들 간의 관계를 정리하고, 머릿 속으로 도식을 그리고,
짝을 맞추고, 몸가짐도 바르게 해야 하고.

이렇게 갑작스레 빠르게 제 주변 인척관계가 늘어나니,
결혼식에서나 결혼식 직후, 인사만 드릴때와는 너무 기분이 다르더군요.

길에서 만나 그냥 지나가면, 그냥 남이고,
그렇게 남으로 구분 지은 사람에 대해서는
정확한, 때론 날카로운 이익의 잣대를 겨누기도 했던 것 같은데..
가족으로 묶이니, 기분이 새롭더군요.

나이가 들면서,
세상에 대해, 사람들에 대해 공감할 것이 많아져서,
아, 내가 자라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또, 이해할 것들과 그것들을 통해 좀 더 겸손해져야 하는 저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가족의 확장은,
나를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욱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그저 나만 아는 못난 인간'이 될 수 없게,
좀 더 이해심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거죠.

이제 옹알거리는 꼬마 앞에서는 눈을 맞추고,
방긋 웃는 얼굴 머금게 되고,
담배 한대 태우시며, 세상 걱정하는 어르신 앞에서는
귀기울여 그분의 말씀을 먼저 들어야 하죠.

운전도 많이 하고,
신경쓸 것도 많아서 약간은 피곤해진 오늘이지만,
내년엔 더 편해지겠지요.

새로운 가족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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