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선택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이미 읽어본 바가 있다. 좋았던 책인 데다가, 한 해가 시작되는 때에 읽기 좋을 것 같아서 함께 읽게 되었다. 아툴 가완디는 뛰어난 의사인 것 같고, 게다가 뛰어난 작가인 것 같다. 미국의 병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쓰는데, 그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알아들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야기가 재미가 있다. 아툴 가완디는 어떻게 훌륭하고 뛰어난 의사가 될 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동시에 읽는 사람 누구에게나 '당신이 하는 일을 어떻게 더 성실하게, 훌륭하게, 새롭게 할 것인가? 묻는다.
논의된 주제
- 손을 씻는게 그렇게나 힘든 일일까. 미국만 이럴 것일까? 한국의 병원에도 이런 위험이 있고 의사들은 미국의 의사들처럼 손을 잘 씻지 않는 것일까 잠깐 불안해했다. 손을 씻는 행동은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제대로 씻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올바른 방법도 익혀야 한다. 게다가 의사는 하루 동안 수 백번 손을 씻어야 한다. 하지만, 환자의 생명을 의사가 위협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 소아마비 소탕작전 : 아프리카 전역에서의 소아마비 소탕을 위해 예방주사를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접종을 하러 다닌다. 괴소문을 듣고 접종을 맞히지 않는 부모가 있다. 접종을 시키러 다니던 직원이 그 부모에게 화를 내고, 접종 '작전'을 지위하던 사람은 부모에게 화를 낸 그 직원에게 화를 낸다. 사람들의 인식이나 오해를 한 번에 바꿀 수는 없다. 그때 어떻게 해야 할까? 무력으로 권위로 눌러야 할까? 글쎄다. 옳은 일이라면 정말 옳은 방식을 취해야 한다. 영웅의 이야기에도 자주 나오지 않던가. 방법이 잘못되면 모든 게 잘못된다.
- 전장의 의사들이 밤새워 기록한 것 : 미국은 다양한 전쟁을 일으키고 참전했다. 사제 폭탄 등 살상용 무기는 더욱 발전하고 교묘해졌지만, 사망자 수만큼은 확연하게 줄었다. 그것은 누구 덕분인가? 전장을 따라 다니며 군인들을 지켜낸 의사들 덕분이다. 그들은 주변에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했다. 그러나 그에 그치지 않았다. 밤새워 환자의 상태와 특징을 기록했다. 그 기록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중상을 입은 군인들을 살려낼 수 있는 빠른 방법을 찾아냈다. 성실하다는 것은 결국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진료와 수술)만 하는 것으로는 안된다. 아무도 하라고 하지 않는 일(기록)까지 해내야 하는 일이다. 나는 내가 학교에서 충분히 기록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 샤프롱을 원하십니까? : 우리나라에는 없는 제도인데다가 들어본 적도 없어서 이야기를 꽤 나누었다. 환자가 의사를 믿지 못해서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내밀한 신체부위를 보이기 원치 않는다면? 의사는 혹시라도 추행범으로 오인받는 상황이 온다면? 미국은 그 상황을 위해 '샤프롱'이란 제도를 활용한다. 우리나라에도 의료 중 추행과 같은 범죄사건은 제법 있었다. 하지만, 샤프롱 같은 제도에 대해서는 뉴스에서 본 적이 없는데.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샤프롱이 유일한 해답이 될까?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그게 누구든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 샤프롱이 한 가지 옵션은 되지 않을까?
- 아무도 보지 못한 암 덩어리 : 의료과실과 사고 있다면, 일반인은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책 속에서 의사출신 변호사는 의사의 과실이 확실한 것으로 보이면 사건을 맡는다고 했다. 명백한 실수라고 생각되면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한가. '보험 대신 기금이 할 수 있는 일'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개인이 소송을 걸고 싸우도록 할 것이 아니라, 의료 사고 대비를 미리 사회가 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실에 대해서 보상도 받을 수 있고, 억울한 사람들도 구제할 수 있다.
- 얼마를 벌어야 충분할까 : 우리는 얼마를 벌어야 충분할까. 우리가 하는 일은 반드시 우리의 수고와 다른 사람의 수고를 비교해서 지불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우리의 서비스를 얼마나 비싸게 사들이냐에 따라 결정된다. 의사가 사업가가 되기를 선택한다면, 환자들의 삶은 어떨까? 미국에 비하면 훌륭한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 죽음을 도울 수 있는가 : 의사가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 가담한다. 우리는 사형제도와 사형 가운데 수반되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툴 가완디는 의사의 소임을 환기시킨다. 하지만, 국가가 사형을 시행하고자 하는데, 국민의 한 사람이 그 과정을 거부하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
- 아프가 점수 : 모임에서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받은 소재다. 신생아의 건강정도를 쉽게 파악해서 요보호 대상에 대하 처치를 빠르게 할 수 있는 간단한 점수. 이를 만들어낸 사람은 저명한 소아과 의사가 아니었다. 혁신은 가장 안정적인 처치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긍정적 일탈자'가 될 수 있을까. 과연 그러한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 종형 곡선의 중앙값과 최곳값 : 모든 의사들의 진료와 치료 과정이 공개되고, 뛰어난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를 구분할 수 있는 평가가 존재한다면? 아툴 가완디는 자신이 '최하위'에 속한다면 의사직을 그만둘 것이라고 한다. 고민은 '중앙값'에 위치할 때 그렇다. 나는 내가 '최하위' 교사로 밝혀진다면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되었다. 아툴 가완디처럼 '그만둘 것이다'라고 선뜻 말하지는 못하겠다. 제발 '중간' 쯤에라도 있어라 하는 마음이다. 대신 절대 안주하지 않도록, 더 나아지도록 노력을 할 것이라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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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일터에서 긍정적 일탈자가 되는 5가지 방법
- 즉흥적인 질문을 던지라.
- 투덜대지 말라.
- 수를 세라.
- 글을 쓰라.
- 변화하라.
에필로그 또한 독서모임 사람들에게 인기 있었던 부분이다. 에필로그만 따로 떼어내도 아주 좋은 글이고, 훌륭한 조언이 된다. 다음 달에는 5가지 방법 중 하나 이상을 실천해보고, 그에 대해서 우선 이야기 나눠보기로 했다.
마무리
우리는 뛰어나고자 한다. 다짜고짜 뛰어나려고 하니, 그 초점이 대개는 '생산성'(주어진 시간 동안 얼마나 양적으로 많은 생산을 해낼 것인가)에 맞춰진다. 하지만, 우선 성취란 무엇이고, 그 성취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 지 우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직업이 의사처럼 사람의 생명을 다루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 일이 우리 사회의 다른 사람의 삶에 기여한다. 우리는 조밀하게 서로의 삶을 보조하고 있다. 우리 일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와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도 우리 일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우리 삶을 스스로 얼마나 존중하는지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로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두 번 읽어도 부족하다. 다음에 한번 더 읽어야지.
다음 달 책은 '공정하다는 착각'이다. 나는 '정의란 무엇인가'는 읽다가 그만뒀지만, '공정하다는 착각'은 쉬지 않고 읽었다. 그걸 기준으로 본다면 '공정하다는 착각'은 재미있는 책이다. 트럼프는 퇴임 전까지 이런저런 문제를 만들고 있고, 트럼프 시대를 떠나보내며 미국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 한국에 대해서까지 생각할 때 분명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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