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은 매일 매일이 새롭다. 자연은 반복되는 게 아니라, 늘 새롭다. 출근길은 엄연히 일하러 가는 길이 맞지만, 일을 하는 건 아닌 상태라서 충분히 풍경을 즐길 수가 있다. 아침마다 계절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온다. 따뜻해졌나 싶으면 다시 차가운 바람을 내보내고, 다시 추워진건가 생각하면 더운 햇볕을 내어준다. 사람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든다. 사람이 신경을 쓰고 준비를 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야외로 나가 날씨의 변화를 느끼면, 더욱 강력하게 살아있다(being alive)고 느끼게 된다.
오늘 아침에는 강변으로 안개가 일렁이고 있다. 마치 천천히 끓는 것처럼 아래에서 위로 일어선다. 햇볕을 뚫고, 나무 사이에서 드러난다.
학교에 도착해서는 창문을 열고 커피를 내린다. 학생들과 줌으로 아침 조례를 해야 하니 교실로 가서 컴퓨터를 켠다.
수업이 시작되면 학생들이 잘 접속해서 수업을 듣고 있는 지 확인한다. 어제 수업 중 이미 수강완료 되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학생이 있으면 일일이 문자를 보낸다. 그걸 끝내고 나면 학생들에게 또 전달할 사항이 있는 지 살펴본다. 다음 주에는 영어듣기 평가 때문에 온오프가 바뀌는 날이 있다. 한 주가 통째로 바뀌면 진도 관리가 그래도 나은 편인데, 이렇게 하루가 바뀌는 날이 있으면 적절히 수업을 해가며 진도 맞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온라인 수업 강의를 녹화한다. 별스러울 것은 없이 익숙하지만, 보는 학생들이 어떻게 느낄지, 무엇을 어려워 할지 생각하는 것은 보통의 수업과 마찬가지다. 묻고 답하는 과정이나,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는 기회가 없으니, 내가 짐작해서 설명할 부분을 더 해야 한다.
조용한 가운데 점심 식사를 하고, 학교 주변을 한 바퀴 돈다. 교무실로 들어오면 또 학교가 조용하다.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학습지를 만들고 계속 일을 한다. 학생과 통화하기도 하고, 종례시간에 전달할 사항도 살핀다.
이번주 내내 집에 와서는 10시가 되면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6시 20분이 되어서 피곤을 느끼면서 일어났다. 왜 그렇게 피곤을 느끼는 걸까. 학생들이 오지 않는 주에는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시간이 너무나 많다. 그저 사무실 근무자가 되어 하루 종일 컴퓨터를 쳐다본다. 그래서 피곤한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이 오면, 지도하느라 피곤을 느끼기도 하지만, 학생들을 만나서 힘을 얻기도 한다. 학생 때문에 웃고, 즐겁다. 그건 모두 힘이 된다. 게임 속에 보면, 상대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캐릭터가 기술이 있지 않나. 나는 좋아하는 학생을 만나면, 학생의 착한 행동을 보면 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다. 학생이 없는 학교에서는 그런 게 없다. 그저 수업이 아닌, 학생과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하고 귀하다.
다음 주에는 학생들이 온다. 왠지 교실에 이쁜 꽃을 꽂아두고 싶다. 초록초록 식물도 좀 갖다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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