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는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의사소통을 생략했다. 다시 말해 문자는 거울신경세포를 거치지 않고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좋고싫음이나 이해를 제외하고 규칙과 명령을 지키게 만들기 위한 도구로 가능했다. 물론 문자는 지식을 집적하여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기능이 있고, 개념을 날조함으로써 사상. 종교. 과학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
이제 어떤 학교에서나 메신저를 사용한다. 3월처럼 신학기에는 메시지가 하루에 50개가 넘게 오기도 한다. 하루에 그렇다. 4월인 지금도 평균 20개는 오는 것 같다. 그 메시지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이걸 해달라, 저걸 확인하라.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일부는 공문에 대한 안내 내용도 있다.
메신저의 장점은 분명하다
- 어려움없이 필요한 때 사용가능하다.
-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도, 체력도 아낄 수 있다.
- 몇 번이고 같은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 하나의 메시지를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보낼 수 있다.
- 다양한 첨부 파일이나 미디어를 메시지와 함께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일 대 다수로 진행되는 메시지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문자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대면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 목소리가 하는 역할은 몸이 하는 역할에 비하면 일부분에 불과하다.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다면, 매우 조심해야 한다. 업무와 관련해서 필요한 내용을 발송한다고 하더라도 조사 하나만 잘못 선택하더라도 메시지를 받는 사람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 특히나 메시지가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는 대상에게라면 말이다.
학교에 일어나는 일이 다양하고 많다. 메신저가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세탁기가 발명되면서 세탁을 더 자주하게 되었다는 예처럼, 메신저가 생기면서 메시지가 더 많아진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서로에게 어떤 내용을 직접 전달할 경우, 하루에 50번 찾아가는 게 가능한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예전이라고 하면 언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지 애매하기는 하지만, 학교 1층에 모든 선생님이 한 교무실에서 생활하던 때가 있었다. 아마 그때는 회의라고 하지만 절달하는 자리가 지금보다 많았던 것 같다. 단, 어떤 업무를 부탁하거나 협조를 구할 때라면 모두 만나서 이야기했다.
사람이 만나면 어떻게 되는가? 작은 얼굴 표정의 변화,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자세, 말투와 억양, 목소리가지 모두 정보가 된다. 우리는 온 몸으로 의사소통한다. 단방향의 메시지 전달 따위는 없다. 모든 대화는 협력이고, 서로 얼굴을 대하고 이야기하면 그것은 모두 협력의 과정이다. 협력하지 않으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고, 전달받을 수도 없다.
이제는 학교에서의 메시지 사용이 일반화 되다 못해, 없어서는 안될 것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메신저 덕분에 업무를 위한 협력이 잘 일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학교의 모든 활동은 협의와 협력이 제일 중요하겠다. 긴요하게 전달해야 할 메시지가 있다면,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메신저를 지우고, 모두 한 교무실에 모일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메시지 전송 버튼을 누르면,내가 의도한 대로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다라고 단언하는 것은 위험하다.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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