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캠핑의 의미를 찾아서

타츠루 2021. 10. 3. 21:37

대체휴일이라니.
우리는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를 예약했다. 캠핑은 아니지만, 캠핑의 맛을 다 느낄 수 있는 곳.

오늘의 일정은 대개 그런 것처럼 다른 나들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저녁을 모두 먹고 모닥불 앞에 우리 가족 모두 모이기 전까지는.


딸과 참방참방

계곡물에 발 담그고, 작은 돌멩이를 줍고, 저녁으로는 샤브샤브. 장작 두 포대를 사서 밝은 볕에 널어놓는다.

물에 젖은 옷은 말리고, 과자 하나씩 들고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새소리를 듣고, 옆집을 구경하고, 고양이를 찾아다니고.

그리고 시작했다. 우리가족끼리의 신뢰써클.
지난 여름방학 신뢰써클에 관심이 생겨 연수를 들었고, 가족과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엉겁결에 쾌속으로 오늘 진행했다. 잠시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하고 시작했는데, 우리끼리의 질문과 답은 계속 이어졌다.

가족 신뢰써클 질문

우리 가족은 이미 가족회의 경험이 있다. 딸이 말을 하기 전부터 시작했었는데, 6살 때부터는 하지 못했다. 딸은 그 가족회의를 기억하고 있는걸까, 우리가족끼리의 대화를 너무나 좋아했다.



내가 두번째 질문에

오늘 오는 길에 초등학교에서 아들, 딸이 잘 어울려 노는 걸 본 게 기억이 나고, 기분이 좋았어.


라고 말하고 나니, 딸은 세번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아빠가 우리 둘이 노는 걸 보고 기분 좋았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어.


라고 했다. 메모장에 적지 못했지만, 이후로도 여러 질문과 답이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틈엔가 우리는 ‘몸으로 표현하기 퀴즈’를 하고 있었다.

퀴즈 덕에 즐거운 아이들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기로 약속했다. 다음주 모임을 위해서는 제대로 신뢰써클다운 모양새를 준비해야 겠다.

토킹스틱도 주문하고, 질문도 미리 만들어 놓고.

아이들 얼른 재우고 나만의 불멍 시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둘러 앉아서 생각을 나눌만큼 아이들이 자랐다. 다 같이 앉아 불멍을 즐기며 이야기할 수 있다니 기쁘다. 사춘기가 시작되어 대화가 없어진 아이와 더 시간을 갖기 위해 캠핑을 시작했다던 분의 말이 떠올랐다. 나에게도 딱 그런 시간같다.

아이들과 몸으로 표현하기 퀴즈를 하다보니, 이런 놀이가 참 오랜만이란 걸 알게 되었다. 어릴 때 재미있던 것들이 시시하고 재미없어지는 건 어쩌면 슬픈 일이고, 어쩌면 무언가를 잃게 되는 일 같다. 모든 걸 계속 즐길 수는 없지만 어른이 되고부터는 주로 ‘머리로만’ 즐거운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오늘은 캠핑의 의미를 하나 새롭게 발견하고 간다. 우리가족은 앞으로도 자꾸자꾸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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