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요조의 노래를 튼다. '책, 이게 뭐라고' 책에서 장강명 작가는 여러 번 요조 씨를 언급하는데, 그녀의 노래 가사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불륜'이라는 노래는 불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듣고 나면 '비통'해진다고 했다.
위 두 문장을 쓰고 요조의 불륜을 찾아서 틀었다. 요조는 영어로 Yozoh로 쓴다는 걸 이제 확인했고, 과연 가사가 좋구나 생각했다. 불륜이 아닌 다른 제목을 붙여도 제법 어울리겠지만, '불륜'이라는 제목도 참으로 잘 어울리는구나 싶다.
어제저녁부터 '책, 이게 뭐라고'(장강명. 아르떼)를 읽고 있다. 나는 몇 번 들어본 적 없지만, 그는 같은 제목의 팟캐스트를 진행했다. (아니, 아직 하고 있나?) 북이십일의 제작지원으로 만드는 팟캐스트이고, 그와 같은 제목으로 아르떼에서 책을 썼으니, 장강명 작가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제법 성공했구나.
이 책의 부제는 '읽고 쓰는 인간'이다. 이런. 내가 되고 싶지만, 아직도 거리가 너무 먼 것 같은 인간상인 것 같은데, 장강명 작가는 어쨌든 책의 제목으로 쓰고 있다. 장강명 작가의 책은 '댓글부대'만 읽어봤다.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워낙 소설을 읽는 경우가 적어서 아직 '순위권'에 없다. 이 기회에 좀 읽어봐야지.
한 50페이지만 더 읽으면 끝가지 읽게 되는 데, 일부러 좀 남겨두고 노트북을 열었다. 장강명 작가는 적어도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좀 더 읽고 싶고, 지금 당장 무언가를 쓰고 싶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책을 읽는 내내, '좋은 싫음을 분명히 드러내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덕분에 아주 좋은 가이드가 된다. 무엇인가에 대해 호오는 그 이유까지 혹은 오랜 경험까지 설명해주면 누구에게든 도움이 된다. 주로 팟캐스트 제작 과정에 대해서, 책에 대해서, 게스트에 대해서, 때로는 청취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들 모두의 '기분'을 생각하면 뭐라 한마디도 반성적인 내용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장강명 작가는 잘하고 있구나.
책을 읽으면서 몇 권의 책을 주섬주섬 챙겨서 알라딘 앱 장바구니에 넣었다. 장강명 작가가 생각하는 1000억 예산이 있다면 해보고 싶은 독서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읽다가 잠시 치워둔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사두기를 참 잘했구나 생각했다.
장강명 작가에 따른다면, 나는 읽기-쓰기의 인간이 가지는 그런 '고민 많음'이라는 특징은 가지고 있는데, 현실에서의 생활은 주로 '말하기-듣기'를 강요받는 것 같다. 대개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의 '현재'에 대해 가이드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대개 학생들에게 하는 조언이라는 것도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될 거야.' 따위처럼 단정적이지가 못하다. 그리 말해야 귀를 쫑긋 세우거나, 그런 말이 '사실' 혹은 '진실' 혹은 '당위'로 느껴질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생각도 없고, 그렇게 말해서도 안된다고는 생각한다.
청소년기에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만큼,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일지 '찾으러' 다녀야 했다. 그러기 그만큼 걸음걸이는 갈지자가 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이제는 내가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기준이 생겨서 마음이 차라리 편할 때가 많다. 매운탕에는 방아를 넣지 않고, 콜라는 되도록이면 얼음을 곁들여 마신다. 커피는 빈 속에 마시지 않으며, 책 끝을 절대 접지 않는다. 처음 보는 사람이 나에게 반말 비슷하게 하는 것도 싫고, 나는 다른 사람에게 반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장강명 작가의 말처럼 우리나라에는 '작가'가 더 많아야 한다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브런치가 브런치에 글 쓰는 모든 사람을 '작가님'이라고 칭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숨을 쉬듯 책을 읽어서 '발췌독'이라는 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쓴 책이라서 좋다. 세상에 맞서기 위해서 에세이 따위보다는 소설을 쓴다는 사람의 책이라서 좋다. (그렇다고 에세이를 쓰지 않겠다고 하지는 않는다. 이 책이 바로 에세이) 이런 사람의 글을 읽으면 더 읽고 더 쓰고 싶다는 자극에 빠져서 좋다.
책을 읽으면서는 독서 모임에 대한 힌트도 얻어서 새롭게 시도해볼거리가 생겼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두어야 할 책도 생겼다. 이제는 주로 전자책으로만 책을 사본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전자책 기기에도 제대로 된 책들 목록을 좀 집어넣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다 읽고 나면 어디 잘 보이는 곳에, 이 책 얼굴이 드러나게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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