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내가 사는 진주

성광당에서 시계 수리 | 그집커피 라떼

타츠루 2021. 10. 8. 20:05

성광당 간판

 

 

우산 고치던 분, 도장 파는 가게, 시계수리점을 이제는 찾기가 어렵다. 그런 분들은 모두 어디에 갔을까. 생각하다가 '진주 시계 수리'로 검색을 했다. 두 군데가 검색이 되었다. 분명 검색은 안되지만, 어디선가 시계를 고치는 분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딱히 따로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 가게 두 군데를 살펴본다. 하나는 시내에 있고 리뷰가 많다. 리뷰를 보니, 마치 한 사람이 올린 것처럼 영수증 더하기 '완전 좋아요'라는 내용 일색이다. 나쁠 것은 없지만, 썩 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진주중학교 맞은편에 있는 성광당으로 갔다. 저 강렬하고 자신감 있는 간판을 보라. 한 블로그에서 저 가게에서 시계를 수리받은 이야기가 있었고, 리뷰보다 그 블로그 글이 더 믿음이 갔다. 블로그 사진 속 사장님은 나이가 아주 많아 보이셨고, 그때는 2019년이었다. 나는 그 사장님 나이도 모르면서, 아직도 영업을 하실까 싶었다. 네비로 검색하니 나왔고, 그러니 영업도 한다는 말일 터였다. 아침에 집에서 챙겨 온 시계 두 개를 꺼냈다.

 

성광당 시계

 

"이제 앞에 손님 건 거의 다 끝나갑니다."
앉아 있던 분은 다 고쳐진 시계를 들고 나갔다.
"2만 5천 원입니다."

'제법 비싸구나.'

 

성광당 벽시계

 

"하나는 건전지만 갈면 될 것 같고, 하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성광당 시계

 

"방금 그 손님은 우리 가게에 42년째 오고 있어요."

"와, 사장님이 대단하시네요."

<1시간가량 시간이 지났다.>

"하나는 안 쓴 지 제법 오래되었나 봅니다."

시계 하나는 건전지를 제법 쉽게 갈고, 나머지 하나는 초침을 빼고 안의 먼지를 털고, 기름칠을 하고 다시 초침을 끼우고 조립을 하느라 시간이 제법 많이 걸렸다. 티브이에서는 '자연인'을 하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컸다. 화면에도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지만, 사장님이 어떻게 일하시는지 앉아서는 볼 수가 없었다. 손님용 의자 세 개가 있었지만, 나 혼자 들어가 있어도 공간이 가득 차 버리는 것 같아서 쉽사리 일어설 수도 없었다.

 

성광당 어르신

 

"2만 6천 원입니다."

 

성광당 어르신

 

건전지만 갈면 되겠지 싶었고, 시계 두 개 건전지 갈아봐야 돈이 얼마 나오지 않을 것 같았고, 더욱이 요즘에는 현금을 갖고 다니지도 않는터라, 내 지갑에는 현금은 2만 원뿐이었다. 사장님은 카드기도 없었고, 인터넷뱅킹도 쓰지 않으신다고 했다. 나는 현금인출을 해야 했다.

 

그집커피 라떼

 

요즘 학교에서 늘 마시는 커피는 '드립'커피라 밖으로만 나오면 라떼가 당긴다. 나는 따뜻한 라떼를 좋아한다. 고소하고 담백하다. 시원한 라떼는 별로다. 얼음 같은 차가움은 맛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되는 게 분명하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세상 편안한 여유를 혼자 느낀다. 혼자만의 외출, 혼자만의 커피, 이걸 여유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유란 누리기 힘든 것이고, 이런 날은 내가 누리기 힘든 것이니 오늘은 여유가 맞다.

 

수리마친 시계

 

언제 샀는지 모르겠지만, 10년 정도는 쓰지 않은 것 같은 저 앙큼하게 귀엽게 생긴 여자애가 있는 시계. 다시 쓸 일이 있을까 했지만, 이제 다시 시계가 좋다. 스마트폰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시계를 버리고, 대신 시간 확인을 위해 스마트폰을 꺼낸다. 분명 불편이 가중되었는데, 어떻게 시계 없이 살 수 있을까. 애플 워치가 위세를 떨치고 다양한 스마트 밴드도 나오고 있지만, 그것들이 주는 기록이나 알람의 효용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그집커피

 

밖에서 지나다니는 사람과 가끔 눈이 마주쳤지만, 내 시선은 저 멀리 향해있다. 누구도 쫓아오지 않는데, 나는 연거푸 커피를 들이켠다. 라떼는 아메리카노보다 덜 뜨겁고 그래서 더 빠르게 식고, 식은 커피는 좋아하지 않는다. 결국 너무 빨리 커피를 마셔버린 나는, 책 한 권 준비하지 않은 나는 서두르듯 집으로 가야 했다. 여유라는 단어는 소리도 어찌나 여유롭나. 하지만, 나는 그 여유를 길게 가지지 못해서 마치 '여윳'이란 짧은 여유가 있다면 그걸 잠시 즐기듯 하고 집으로 간다.

 

아직도 시계의 초침을 떼어내고 먼지를 털고 기름칠을 하는 시계장이가 있다. 집에서 한 가지 시간만 가리키며 쉬고 있는 시계가 있다면 한번 고쳐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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