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아이들은 해야 할 일이 많고, 서두를 필요도 없어서 점심 때가 되어서 집을 나섰다. 아이들이 어릴 때 우리 부부는 되도록 어떤 체험 시설이든 '오픈런'할 수 있도록 아침 일찍 서둘렀다. 아이 둘을 보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과의 '혼란'까지 겹치면 육아가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주말에 우리 아이들은 늦잠을 잔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5시 30분에 일어나서 자전거까지 타고 왔건만.
평소에 듣거나 보는 게 있어 가족과 같이 가고 싶은 곳은 지도앱에 표시를 해둔다. 오늘은 그 곳 중 세 곳에 갔다. 청국장을 하는 무량원 식당, 전병이 맛있다는 이화명과, 그리고 진주문고 사장님이 차린 하동책방.
무량원식당
11시 30분이 되기 전에 도착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없다. 대표 메뉴는 청국장. 청국장 정식 1, 비빔밥 1, 재첩국 정식 1을 주문했다. 아들은 비빔밥을 주문했는데, 청국장콩이 들어가 있었고, 처음 청국장을 먹어본 건지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결국 콩은 다 꺼내고 비빔밥을 조금 남겼다.
재료들은 모두 국산이라고 쓰여 있었고, 서빙하시는 분은 모두 농사지어 만드신 거라 했다. 배로 만든 김치가 특히 맛있었고, 반찬들은 흠잡을 데 없이 깔끔했다. 그런데 반찬 리필은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우리보다 먼저 온 손님이 반찬을 좀 더 달라고 했나 보다. '아무튼' 반찬 리필은 안 된다고 했다. 흠. 어떤 사정이 있는걸가. 마치 외국 느낌.
가게 앞에 예쁜 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음식점 앞 풍경도 평화롭기 그지 없다.
박경리문학관
작년에 최참판댁에 갔던 적이 있는데, 박경리문학관은 보지 않았었다. 문학관 앞 박경리 동상은 크기는 작았으나 마치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크지 않은 동상이라 더 공감이 간다랄까. 공간은 조용하고 깔끔했다. 입구가 자동문인데, 마치 문풍지 바른 문처럼 디자인 해 놓은 부분도 좋았다. 전시는 주로 '토지' 작품에 대한 것이었고 다양한 판본, 토지와 관련한 작가님의 인터뷰 등을 볼 수 있었다. 최참판댁에 간다면 반드시 봐야 할 전시다. '토지'는 꼭 읽어야 하지 않을까.
고등학교 때 토지 읽는 게 유행이었다고 아내가 말했다. 내가 고등학교 때는 이문열 삼국지 읽는 게 유행이었다. 삼국지보다 토지를 읽는 게 나았을텐데.
작품을 필사해볼 수 있는 코너가 있었다. 딸은 열심히 원고지를 채웠다.
이화명과
이화명과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표시해뒀다. 전병은 썩 좋아하지 않지만, 가게 안에서 보는 풍경이 좋았다. 최참판댁 갔다가 들려서 좀 쉬기에 딱 좋았다. 음료 가격은 아메리카노가 5,500원이니 비싼 편은 아니다. 전병도 맛이 있었고, 공간도 마음에 들었다.
하동책방
마지막 코스다. 진주문고 사장님이 하동에 열었다는 소식을 본 게 오랜데, 오늘에야 시간을 내어 가볼 수 있었다. 진주문고 본점에서 일하시던 직원분을 아는데, 오늘 하동책방에서 일하고 계셨다. 오늘 원래 대표님 당번인 날인데 일이 있어 자리를 비웠다고 하셨다. 때마침 만났다면 오랜만에 인사도 할 수 있었을텐데.
폐교터를 꾸미고 문화센터를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책방만 덩그러니 있는 줄 알았더니 책방이 문화센터 일부를 빌린 거였다. 책이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이런 곳에 책방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다. 딸은 책을 읽고, 나와 아들은 책을 골랐다.
책방은 세 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학교일 때에는 아마도 행정실이나 교장실, 교무실 공간이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24.09.29) 나들이는 이것으로 끝. 물 좋고, 산 좋고, 들 좋은 동네다. 하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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