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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여름방학 단 이틀의 휴가 - 지리산 둘레길 3코스

여름방학 중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단 이틀.

그 중 하루는 혼자, 또 다른 하루는 가족들과 보내기로 했다.

갑자기 선택한 둘레길 3코스. 이건 순전히 유튜브에서 본 캠핑 유튜버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그 분이 새벽차를 타고 내려와 후다닥 걷고 올라가는 걸 보니, 나도 가능할 것 같았다. 진주에서 인월(남원)까지는 1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침에 자차로 출발, 인월 둘레길 안내센터에 도착하니 8시 20분. 집에서 물 1리터, 쥬스 하나, 에너지바를 챙기긴 했지만, 슈퍼 마켓에 들러서 스포츠음료 1, 콜라 1을 더 챙겼다. (이게 없었으면 낙오할 뻔했다. 혼자 갈 때는 특히나 보급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인월 둘레길센터 앞

혼자라도 좋았다. 20킬로 되는 코스라도 겁은 나지 않았다. 폭염이라도 그늘을 만들어 줄 모자가 있었다.

혼자가 아닌 듯 혼자

제일 좋아하는 피자 양말을 신고, 초반은 신이 났다. 하지만 코스는 쉽지 않았다. 남원에서 시작한 일정이 함양에서 끝난다. 산 정상을 오르는 건 아니지만, 고개를 4개는 넘은 것 같다. 오르막도 힘들었지만, 내리막은 더 힘들었다.

여기에 오래 몸을 담그고 있었어야

출발점에 계곡이 있었다. 함양에 도착할 때쯤에 특히 계곡물이 간절한데, 그쪽은 계곡이 없었다. 차편만 해결할 수 있다면, 금계에서 출발해서 인월에서 마무리하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할 때쯤에 몸을 담글만한 계곡이 조금 있으니까.

쉼터는 거의 모두 문을 닫았다. 지리산 둘레길의 인기도 이제는 다 죽었구나 생각했다. 아님, 월요일에는 사람들이 특히 등산은 하지 않는 걸까. 가을에 다시 가봐야 하나. 아무튼 쉼터 중 하나만 열었고, 거기서 점심을 해결했다. 사간 빵을 점심으로 할까 생각하면서 마지막 쉼터를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가게에서 사장님과 아저씨가 쉬다 가요~ 하는 소리가 들렸고, 홀린 듯 가게로 갔다. 따로 건물이 있는 게 아니라 들어갔다고 하기 보다는 테이블에 앉았다. 사장님은 나를 보고 바로 등목 해줄까요? 저기 삼촌도 벌써 했는데. 그렇게 옷은 입은 채로 등목을 했다.

이게 만원짜리 비빔밥. 다시 먹으러 가고 싶다.

만원짜리 비빔밥이 감자 2달, 옥수수 하나랑 같이 나왔다. 오는 길에도 계속 간식을 집어 넣어서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비빔밥을 다 먹었다. 그러는 사이 소나기가 내렸다. 거기서 점심을 먹지 않았다면 끝까지 걸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 쉼터 다음부터 가장 가파른 고개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비예보를 보고 챙겨간 레인 재킷도 잘 썼고, 어찌어찌 버스도 잘 타고 인월까지 잘 돌아왔다.
금계에서는 보석같은 카페도 발견.
양쪽 발에 물집이 두 개씩 잡혔고 다음 날에는 종아리 때문에 걷는 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둘레길이었다.
3코스가 난이도가 가장 높다니, 다음에 다른 코스들을 가게 되면 어려움이 훨씬 덜 하겠지. :)

잘 완주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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