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가을했다.
언제부터 명사를 두번 반복해서 써서 그 의미를 강조했을까. 그렇다고 그런 용법이 어떤 단어에나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가을가을. 만큼 어울리는 게 있을까. 두 번 반복되는 소리가 가을이 담은 색의 깊이를 더 해주는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캠핑의 계절. 농월정 오토캠핑장에 빈 자리가 없다. 사람들은 부지런히 내일 부술 집을 오늘 세운다. 우리는 '구로'에 짐을 풀고 잠시 쉰다. 이웃과 같이 온 덕분에 우리는 의자만 꺼내어 세팅하면 되었다. 덕분에 지나치게 편하게 쉬다 왔다. 그래서 그럴까. 사진도 별로 없다. 아니다. 아들은 그저 방에 들어가 형이랑 게임을 해서 그렇다. 노는 모습이 적으니 사진도 적다.
해먹 안에는 내 사랑스러운 딸이 들어가 앉았다. 밀고 당기며 장난을 치는데, 10분도 안되는 시간은 영원한 것처럼 길게 느껴지고 그 안이 행복감으로 가득차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 세상이 부여하는 혹은 내가 선택하는 다양한 역할이 있을 때, 단 하나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자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부모라고 생각한다. 아들로서, 친구로서, 동료로서는 욕을 먹더라도 오로지 아이에게만은 완벽한 부모라면 나는 그 사람을 좀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들긴 하다. 사람들은 대개 여러가지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도 나는 잘 하고 있다 착각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가을이 간다. 한 해의 가을이 가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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