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에서 시작한다. 이런 생각으로 요즘에 글을 쓰고 있다.
블로그에 100개의 글을 매일 올리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같이 글쓰기 모임을 하던 분들을 끌어들였다. 같이 글을 쓰는 분들이 있어서 매일 읽을 글이 있다. 아직까지는 순조롭게 진행 중인데, 오늘은 나만의 요령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글을 써서 웹에 공개하는 것은 쉽거나 마음 편한 일이 아니다. 누구라도 읽으면, 내 글이 평가받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되기 때문이고, 내 글에 대한 평가는 나에 대한 평가와 다를 바 없다고 너무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해답이 있느냐? 글쎄. 없다. 하지만 글을 자꾸 써야 하는 것은 오로지 씀으로써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쓰기로 약속하고 공표하는 것은 그럼으로써 '혼자만의 일'이라 게을러질 지도 모를 나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쓰는 연습, 생각하는 연습을 매일 하면, 매일 조금씩 나아지거나, 갑자기 도약적으로 나아지리라.
글을 쓰기에 방해 되는 요소가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완전한 생각의 덩어리'를 글로 나타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어떤 것을 주장하거나, 생각하거나, 묘사할 때 글의 소재가 되는 것에 대해 생각을 모두 정리한 후에야 글을 쓰려던 생각 때문에 글을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어떤 '의견'에 대해서 쓰려고 하면, 분명한 이유나 근거를 들기가 힘들 때가 있다. 그리고 분명한 내 의견이 무엇인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때도 있다. 그러면 결국 글이 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엄밀히 말하면 불법은 아닌 학생들의 흡연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내가 관찰한 사례, 뉴스에서 듣고 본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 혼자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가 있나? 그럴 수 없다. 그렇지만, 고민에 대해 해답까지 준비해서 글을 적자면 글은 평생 쓸 수 없을 것이다.
이제 한 문장에서 시작한다. 지금 이 글의 시작은 한 문장에서 시작한다 이다. 글을 어떻게 끝맺을 지는 생각하지 않고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한 문장에서 시작하는지 설명하는 것으로 써가야지 생각했다.
한 문장을 쓰고 나면 다음 문장을 생각한다. 한 문장은 되도록이면 짧게 쓴다. 주어와 서술어가 분명하도록 쓴다. '매우', '엄청' 따위는 안 쓰려고 한다. 한 문장을 쓰고 나면, 그 문장 뒤에 이어질 한 문장을 쓴다. 앞의 문장에서 논리적 비약이 심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한 문장 다음에 이어지는 생각만 쓰는 게 아니라, 질문도 쓴다. 앞 문장을 썼는데, 그 문장이 전재하고 있는 게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일단 문단은 구분 없이 쓴다. 쓰다가 이제 다른 생각에 대해 쓰게 되면 문단을 구분한다.
한 문장에 이어 다음 문장을 쓰고, 그 문장에 기대어 다음 문장을 쓴다. 내 생각에 질문이 생기면 그것을 쓰고, 답은 아니지만 선택지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쓴다. 그 선택지들 중에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면 그 생각도 쓴다. 그렇게 쓰고 생각이 모두 정리되고,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서까지 쓸 수 있다면 좋다. 하지만, 글이 '질문'으로 끝날 때도 있다. 내 생각은 여기까지인데, 여기서 더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백하며 끝낼 수도 있다. 이렇게 글을 쓰면, '완결되지 않은 생각'도 쓸 수 있다. 글쓰기를 '생각하기의 과정'으로 이용할 수 있다. 명료하게 쓰려면 우선 문장이 단순해야 하고, 누가 봐도 내 생각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써야 한다. 논리의 비약뿐만 아니라, 내가 전재하거나 내가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쓰는' 단어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
그렇다고 글쓰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생각을 정연하게 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쓰기를 생각의 도구로 사용한다면 천천히 생각할 수 있다. 누군가는 내 글을 읽으며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 멀리까지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내가 써둔 글을 보고 더 좋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분명 그렇게 기여한다면, 글쓰기로 생각도 하고, 보람이랄까 뿌듯함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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