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책모임

일기쓰라는 작가님을 만나다

타츠루 2022. 1. 14. 22:57

아들은 어쩐 일로 진주문고에서 열리는 작가와의 만남에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 6시 50분 우리는 진주문고에 도착했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페이스북 친구분들을 실물로 봤다. 오늘의 주인공이자, 진주문고 포스터에서 밝힌 바대로 진주의 핵인싸 조경국 작가님을 만났다. 정말 오랜만에 뵙는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다.

저자와의 만남이니 당연히 책은 다 읽고 갔다. 조경국 작가님을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이 많이 왔겠지만, 무려 서울에서 새벽에 출발해서 왔다는 분도 한 분 있었다. 진주문고 측에서 사은품으로 책 두 권을 준비했는데, 한 권은 그분에게 갔다. (나머지 한 권은 날카로운 질문을 한 사람에게) 7시 5분 정도가 되어서 작가님의 말씀은 시작되었다.

조경국 작가님의 일기 쓰는 법

강의의 핵심은 일기를 쓰라는 것이다. 일기를 어떻게 쓰는지, 어디에 쓰는지, 무엇을 쓰는지, 무엇으로 쓰는지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일기를 평소에 쓰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일기를 쓰나 엿볼 수 있는 자리였을 테고,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대체 왜 일기를 쓰라는 거지에 대한 힌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일기를 써서 책을 쓸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독자로 살아가는 청자들에게 많이 어필했을 것 같다. 일기에 기록하니, 나쁜 감정, 슬픈 이야기가 담길 때도 있지만, 하루 동안 했던 일을 기억한다는 점에서는 일기는 일대기에 가깝다. 그러니 거기에는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좋아하는 것을 같이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고, 그걸 엮었더니 책이 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사석에서 작가님은 내 원고를 쓸 때마다 머리가 한움큼씩 빠지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런 고통은 오늘 이야기하지 않았다.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나란 질문을 하신 분이 있었다. 일단 이라고 답했다. 마흔살부터 20년만 하겠다고 마음먹은 헌책방은 벌이가 되지 못하고, 그래서 벌이를 위해 더 많은 벌이를 위해 책을 쓴다고 했다. 책이 강의가 되고, 또 다른 책의 시작점이 되고. 유유 출판사에서만 벌써 네 번째의 책이라니, 분명 그러한 듯 보인다.

집으로 오는 길에 여전히 숙제로 일기를 써야만 아들에게 물었다. 오늘 이야기 듣고, 일기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 아니. 만년필이 갖고 싶어.

그렇다. 강의에는 분명 힘이 있다. 아들은 원하는 게 일단 생겼다.

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 같다라고 조경국 작가님은 썼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는 자신할 수 있을까. 내 모습을 거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내 인생도 어딘가에 비춰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시간 위를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지 않은가. 오로지 현재라는 순간이 존재하고, 과거는 다시 살 수 없고, 되돌릴 수 없고, 흘러가 버렸다. 미래는 어떻게 다가올지, 다가오기는 할지 확신할 수가 없다. 과거가 모두 다 흘러가 버리기 전에 주워 담아둘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방식이 가능하겠지만, 일기는 최고의 수단 중 하나다.

새해에 모두가 그런 것처럼, 나도 다시 일기장을 꺼냈다. 2020년부터 쓰던 일기장을 아직 다 채우지 못했다. 다른 노트를 하고, 특히 작년에는 매일 하나씩 블로그에 글을 썼지만, 일기는 또 다르다. 아무도 보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쓰는 일기가 필요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대숲이 필요하듯 내게도 일기장이 필요하다.

일단, 조경국 작가님이 가성비 최고라고 한 만년필을 기념으로 주문부터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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