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모임 개요
참석자 : 6명(정, 박, 정, 이, 박, 하)
일시 : 2021. 11. 20. 19:00 ~ 21:30
장소 : Zoom 회의실
진행순서
- 참석자 근황 이야기
- 책에 대한 총평
- 다시 보며 질문 정리하기
- 질문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 총평으로 마무리
오늘 모임의 달라진 점 : 각자 질문 준비하기
오늘 모임의 진행은 평소와는 달랐다. 평소에는 책을 앞에서부터 넘겨가며 밑줄 그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다. 각자 좋아하는 부분, 혹은 나는 놓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어서 좋은 진행 방식이었다. 별도의 발제문을 준비하지 않아도, 밑줄 그은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방식에는 단점도 있었다. 우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 지 알 수 없어서 초반에는 천천히 하나씩 뜯어보며 이야기하다가 후반에는 꽤 많은 부분을 추려 읽고 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밑줄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이야기의 진행이 책이 다루고 있는 바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벗어나고 다시 돌아오려면 역시나 초점이 있는 질문이 필요하다. 하지만, 질문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냥 시간을 쓰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오늘은 책을 읽고 각자가 질문을 하나씩 준비해오기로 했다. 여러 독서 동아리에서는 책 선정을 공동으로 하거나, 정회원이 돌아가면서 하고, 책을 추천하는 사람이 발제문을 준비해 어는 방식을 많이 쓰더라. 하지만, 우리 모임의 경우, 책 선정에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게 아니라, 주로 내가 추천을 해왔다. 내가 매번 발제문을 준비하면, 오로지 나의 관점에서 책을 바라보게 될 수도 있다. 오늘 참석한 분은 나를 포함해서 여섯 명이었고, 그만큼 다양한 질문이 있어서 좋았다.
수많은 키워드를 남겨준 책
총평부터 질문에 대한 답을 나누는 과정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바가 있었다. 밝은 눈과 좋은 표현을 가진 저자 덕분에 밑줄 그을 게 많았고, 공감과 용서와 연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
리베카 솔닛은 어머니의 집에서 따서 처치곤란하게 된 살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살구를 처리하는 문제만큼이나 어머니와 생활하는 게 어렵다. 어머니는 치매 증상을 보이며, 온전한 사람으로 기능하는 데 실패를 맛보게 된다. 자라면서 그 어머니로부터 견제와 시기를 받은 저자는 어머니를 보살피는 일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녀가 친한 적 없던 어머니를 돌보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고 쓰지도 않는다. 대신 그녀는 어머니를 돌보는 일이 어떠했는 지를 글로 그려 보여준다. 그녀는 자신의 글을 통해 글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어머니는 가지지 못했던 목소리를 가진 사람으로 자신의 서사를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인지를 잘 인식하고 있으며, 그 힘을 소중하게 쓰고 있다. 립스틱을 사러 가고, 곧 잃어버리고, 걷기를 원하나 곧 주저앉아 버리는 엄마. 옆을 지키고, 요양원에 보내고, 다시 집으로 데리고 오고, 남처럼 대하고, 딸처럼 대하는 사이 어머니는 조금씩 사라져 간다. 그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 사이 살구는 일부 썩어가고, 솎아낸 것들을 잘 손질하고 설탕에 절여 소독한 유리병에 넣는다. 하지만, 그런 살구를 딱히 줄 사람이 없다. 엄마와 부딪히고 엄마와 부대끼고, 과거의 엄마가 어떠했는지 살펴보고, 그녀는 어떠했는지 따라가면서 그녀를 글로 실타래를 엮고 책을 읽다가 나는 저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엄마를 이해했을까
- 누군가를 용서한 경험이 있는가?
- 우리가 연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야기가 있는가?
- 최악의 상황에 빠졌을 때, 저자가 바닷가를 찾는 것처럼, 당신이 찾는 공간, 당신을 해방시키는 공간이 있는가?
- 우리에게 있어서 저자의 '살구' 같은 것은 무엇인가?
- 내 인생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저자가 결국에는 어머니를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용서나 공감은 상상력의 영역이라고 했으며, 그녀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적은 사실과 많은 상상으로 채워 나간다.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머니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닮은 점을 인정하고, 그 닮은 점을 벗어나고자 애썼으나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우리는 용서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용서할 수 없는 대상을 만나기도 하고, 용서했었어야 하는 시간을 떠나보내기도 한다. 현재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기도 한다. 오늘 모임에 모인 우리는 회를 뜨듯 자신의 삶을 여며낸 저자 덕분에,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읽으며 자주 책에서 배운 점, 얻게 된 점을 이야기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내자면 책은 섭섭하다. 오늘 책에서 얻은 것은 모두 내게 있던 것이다.
저자는 물의 기둥으로 초대받으며, 프랑켄슈타인을 다시 읽고, 체 게바라의 발자취를 따라 나병환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감과 감정이입의 필요를 말하기 위해,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 부분만 돌본다고 이야기한다. 매듭과 수트라, 부처와 호흡. 명상과 영속성.
오늘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우리는 '용서'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아니면 가장 비중있게 다룬 것일 수도 있다. 그저 사그라져 가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그녀의 화해가 대단하기는 하다. 하지만, 반드시 누군가를 용서해야 한다고 그녀가 말하는 것도 아니라 나는 그 점도 좋다.
이야기의 힘
총평에서 두 분이 언급한 것처럼, 그녀의 이야기는 어쩌면 너무 갈팡질팡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 스타트 라인에서 발을 갈지자로 뻗고 팔을 세차게 흔들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그녀의 글에는 분명한 방향이 있다. 그녀의 글은 시간의 순으로 쓰인 것 같은데, 책을 놓고 보면, 이미 결론은 예기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야기의 힘은 그 감쪽같은 자연스러움에 있고, 논리적인 글보다 더 설득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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