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란 무엇인가? On Dialogue
데이비드 봄
양자물리학자가 왜 대화에 대해 글을 쓰게 되었을까? 그가 책에서 예로 들었던 것처럼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우정이 깨진 일화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다양한 인간의 문제에 대해 대증적 요법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을 보고 인류를 자기 자신이라는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 일지에 대해 골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늘 우리 삶을 흔드는 대부분의 문제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자기계발서라 불리는 많은 책들도 관계에 대해 조언하고, 요즘 쏟아져 나오는 에세이들 또한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심리학도 사회학도 인간이라는 문제를 탐구하기 위한 학문이다.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지만, 인간만이 사용하는 방식은 대화다. 말을 하는 방법은 배우고, 어떻게 대화하는지 배운 적이 있지만, 배운 대로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나 배울, 친구 험담을 하지 않아요., 솔직하게 말해요. 따위도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나의 대화 상대는 교장선생님부터, 아빠, 동료교사, 아내, 학생들, 아이들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대화란 그저 한 사람 이상의 사람과 주고 받는 말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많은 관계, 많은 일화를 통해서, *어떻게 말을 주고 받는가**가 관계를 만들 수도, 깰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런 경험은 *어떻게 대화해야 할 것인가? 를 탐구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책을 먼 북소리 독서모임 멤버들과 함께 읽었다.
참석자 : 이-연, 정-희, 박-훈
근황과 총평
코로나의 격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지도하는 학생이 코로나 확진 후, 격리를 마치고 자뭇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모습이 재미있었다는 소감을 들었다. 확진이 되고 나면 확실히 항체 보균자가 되니 안심이 되기는 하겠다. 많이 아프지 않았다면 다행한 일이다.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어 배워야 하는 게 많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3차 부스터 샷을 최근에 맞고 이틀 많이 피곤하고 나서는 괜찮았다는 분도 있었다. 오늘은 일일 확진자 10만 명을 넘었다.
물리학자가 왜 대화에 대해서 썼을까 하는 궁금증이 총평으로 등장했다. 과학자다운 분석으로 글을 써서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읽기는 했으되 오늘은 많이 듣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주시기도 했다.
생각이라는 물리적 현상과 자아
저자는 생각 thinking과 사고 thought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생각은 진행 중인 과정으로, 사고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쓴다. 가리키는 바는 비슷하다. 책의 말미에 가면 저자는 '사고의 과정'또한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자신이 어떻게 사고하는지 알아차린다는 것은 '내가 어떤 자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다가 화를 내고 있느냐'에 대해 관찰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자신의 사고를 관찰하게 되면, 그러한 연습이 쌓이면, 즉각적인 반응을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올바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판단을 미루는 유보를 중요한 개념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반응을 줄임으로써 유보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람들은 대개 생각의 주체로서 자아라는 대상을 상정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자아는 확정적이지도 않고, 개인에게 유일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울 것 같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의견이란 대개 가정의 한 종류일 뿐이고, 개인이 갖고 있는 지식은 인류 지식의 총합을 구성하고 공유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분리되어 유일한 자아라는 개념을 그 힘을 잃는다.
생각이란 물리적인 현상인가, 자아가 없으면 자유의지는 어떻게 되는가? 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잠시 나눌 수 있었다.
의견은 가정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저자의 설명은 "의견은 가정"이라는 점이다. 내 의견을 말한다는 것은 내가 축적해 온 가정 중 하나를 드러내는 것이다. 가정이 그러한 것처럼, 의견은 철저하게 진리이거나, 반드시 옳을 수가 없다. 내 의견을 관철하려고 애쓰는 노력은 대화를 망칠 수가 있다.
그렇다면 대화란?
대화는 대화하는 주체 간에 의미를 찾는 과정이라 밝히고 있다. 의미란 무엇인가? 우리는 상당히 공통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면, 상당히 공통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점을 알게 되는 것, 인정하게 되는 것이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 정확히 이렇게 정의를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비슷한 역사를 가진 인간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대화의 목적이다. 이런 대화를 통해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눌 수 있게 된다. 다른 목적이 없는 대화에서, 우리는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개별 인격으로서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고 상처 주지도 않는다. 대화는 집단적 숙고의 기반이 된다.
대화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한다?
이 책은 부재에서 지속 가능한 인간애를 말한다. 대화로 그것이 가능한가. 저자가 대니얼 카너먼이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제시한 시스템 1, 시스템 2 사고를 언급한 데에서 힌트를 얻을 수가 있다. 시스템 1은 즉각적인 사고다. 위험을 발견했을 때 맞서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그 자리에서 얼어버리는 것과 같은 방식. 시스템 2는 심사숙고하는 사고다. 우리가 급박한 위험에 처했을 때는 시스템 1이 도움이 되지만, 복잡한 현대 사회를 잘 살아가려면 시스템 2를 일부러 사용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시스템 1 사고와 시스템 2 사고
의사 : 환자분 물혹의 반지름이 1cm에서 2cm로 늘었네요. 몇 배가 커진 것이 아시겠어요?
환자 A : 2배요.
환자 B : 8배요.
인간의 사고를 실수를 하고 파괴하기도 한다. 실수를 멈추고 파괴를 되돌리려면 시스템 2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당장의 대증적 혹은 즉각적 효과를 위해 재빠르게 행동한다고 되지 않는다. 인간 공동체의 심사숙고하는 태도는 대화를 통해 기를 수가 있지 않을까. 사고가 실수하고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려면, 사고하는 과정에 대한 관찰도 필요하다. 생각 없이 생각하는 시스템 1로는 이러한 복기는 어렵다. 재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해서는 어렵다. 유보하고, 숙고함으로써 가능하다.
대화가 답이더라도
저자가 말하는 대화가 우리 주변의 관계에 대한 문제나, 인류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대화를 우리는 얼마나 자주 볼 수 있을까? 목적 없이 둘러앉아서 대화의 과정 그 자체를 견디고 혹은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가지고 있을까? 저자는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끼리가 대화가 가장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위계를 가진 구성원이라 대화가 어렵다고 한다.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대화의 모임은 책 모임이다. 서로 경쟁하듯 의견을 쏟아내고 가장 좋은 것을 골라내고 채택하는 모임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점, 모자란 점을 꺼내어 놓고 그 쉰내를 서로의 도움을 받아 말릴 수 있는 자리가 바로 독서모임 자리가 아닐까.
곁가지
칭찬에 대해서도 한참 이야기하고, 책에서 다룬 암묵적 지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의 책 모임은 또 어떻게 흘러갈까 걱정을 했는데, 사공이 없어 느리게 갔지만 깊이 저어 갈 수도 있었다. 책은 늘 우리에게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단어의 레퍼토리를 제공하고, 이렇게 놓고 저렇게 놓다 보면 이야기가 된다. 책 모임에서의 대화란 나의 입에서 나오고, 너의 입에서 나오는, 가지고 온 것을 꺼내놓는 좌판이 아니다. 둘러앉다 보니, 마법처럼 모닥불이라는 대화가 피어나는 시공간이다. 오늘도 즐겁게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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