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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유치원, 주말 동안의 일 발표하기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월요일에는 주말 동안 있었던 일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모든 아이들에게 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자주 딸과 일요일 저녁에 월요일 발표를 어떻게 할지 이야기 해보곤 했다. 일기를 쓸 수는 없지만, 주말을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된다. 발표의 형식은 정해져 있어서 창의적인 이야기를 나눈다기 보다는 '연습' 그 자체에 있다. 발표의 형식은 다음과 같다. "저는 ----반 ----입니다. 주말 동안에 -----와 -----했어요/갔어요." 여기에 어디에 가서 무얼하고 무얼 먹었는지는 덧붙이면 되는 모양이다. 운율을 넣어서 딸과 이야기를 반복해 본다.

주말 동안에 '롯데워터파크'에 가서 유수풀에서 놀고, 미끄럼틀도 타고, 츄러스도 먹었다. 점심으로는 제육덮밥을 먹고 생애 처음으로 찜질방에도 가봤다. 찜질방에서는 구슬아이스크림을 먹고, 자수정방, 얼음방 등등 찜질방 안에 있는 다양한 찜질방에 들어가 봤다.

아침 등원길에 내가 "안녕하십니까..."로 선창을 하면 대개 딸이 그 뒤를 이어 주말에 했던 이야기를 한다. 어제 밤에는 '롯데워터파크'는 어려운지, "워터파크라고 해도 되지?" 물었다.

오늘 아침의 대화다.

* 나 : "주말 동안에 있었던 일 이야기 할꺼야?"
* 딸 : 아니.
* 나 : 왜? 안 하고 싶어.
* 딸 : 응
* 나 : 그렇구나. 그래 안 하고 싶으면 안해도 되지? 헌데 선생님이 시키는 거 아냐?
* 딸 : 아니야.
* 나 : 그럼 어떤 아이들이 발표하는 거지? 하고 싶지 않아도 선생님이 시킬 수도 있잖아.
* 딸 : __바르게 앉아 있는 아이들만 시켜.__
* 나 : 너도 늘 바르게 앉아 있는 거 아니야?
* 딸 : __바르게 앉아 있을 때도 있고, 안 앉아 있을때도 있어.__
* 나 : 왜 바르게 안 앉아 있지?
* 딸 : __발표 안 하고 싶거나.. 아빠 보고 싶을 때.__

바르게 앉아 있는 아이 시키기.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발표 하고 싶지 않거나 발표할 게 없다고 생각하거나, 부모님 생각에 좀 슬픈 아이들은 발표 따위야 안 해도 되지 싶다. 우리 딸은 오늘 결국 삐뚜룸하게 앉아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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