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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에는 사진이 없다

타츠루 2021. 9. 13. 21:42



바쁜 월요일엔 사진이 없다. 매일 하나의 글을 써야 하므로, 한 장의 사진이 필요한데, 사진이 없다. 월요병은 분명 있는 것 같고, 학생들은 그 증상이 심한 것 같다. 시험은 다가오고 나는 마음이 급해진다. 적절한(?) 시험 범위를 나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고, 괜찮은 시험 문제를 내려면 시간을 쪼개어 써야 한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태평스럽게 보이는 것은 정말 학생들이 태평하기 때문이 아니라, 월요병 때문이리라.

월요병을 없애려면, 일요일에 출근을 하면 된다는데, 학생들에게 그렇게 시킬 수는 없고. 어찌해야 할까. 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는데, 도입이 시급하다. 금, 토, 일을 쉬는 게 아니라, 토, 일, 월을 쉬는 것은 어떨까. 분명한 것은 화요병이 생길 것이라는 것.

어떤 것을 “병”이라고 함부로 이름붙여서는 곤란한데, 증상은 있지만, 딱히 치료법이 없는 데에 우리는 “병”을 붙이는 게 아닌가 싶다. 병이 아닌데, 지금 생각나는 병은? 상사병. 화병.

학생들의 경우, 호르몬 때문에 아침 잠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지 제법 되었다. 미국의 경우, 청소년들이 차를 몰다가 아침에 특히 사고를 많이 낸다고 하는데, 사실상 아직 덜 깬 상태라서 그렇다는 것. 그러면 등교 시간을 늦추고, 학생들이 충분히 잘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글쎄. 그게 가능할까 싶다.

나는 고3때에도 특별히 잠을 줄이거나 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사당오락 따위의 말이 유행했는데, 나는 잠이 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말이 널리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나는 따를 수가 없었다. 덕분에 잠을 잘 자고 학교에서 공부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또 주말이라고 푹 쉬기도 했다.

옛날이야기를 하기만 하면, 요즘이 어떤 시댄데 라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더 엄청난 경쟁에서 견디고 이길 수 있도록 스펙을 쌓아줘야 한다고,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발끈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가. 아이들을 덜 재우거나, 아이들에게 공부를 더 시키는 것이 가능한가? 그렇게 하면, 아이들의 삶이 나아지는가?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삶에서의 행복을 성공에서 찾지 않는 사람이라 그럴 지도 모른다. 그저 루저의 한탄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 지도 아직 모르겠지만, 어떻게 키우면 안되겠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나의 자녀 양육법이 아주 괜찮거나, 내가 아주 괜찮은 부모라는 말은 아니고,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하지도 않는다.

잠에 절어 있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고 가엽다. 나도 오랫동안 만성피로감을 느꼈는데, 10시 정도에 잠들자 그런 피로감이 정말 많이 줄었다. 그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잠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냥 피곤한 게 아니라, 피곤할 만하니까 피곤했던 것이다.

오늘은 지나가는 학생을 붙잡고, 수업 시간에 너무 힘들어 하는 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 물었다. 그 학생은 수업 시간에 수업을 거의 따라오지 못한다. 교실에 들어가면 대개 엎드려 있고, 수업을 하는 동안에 필기도 거의 하지 않는다. 학습지를 보면 공부한 흔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 불러 물어보니, 부모님과 자기가 서로 생각하는 바가 너무 다르다고 한다. 밤에는 영어, 수학 학원에 가고, 12시가 훨씬 넘어서야 잠이 든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제대로 맞춰야 이 학생의 삶은 피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공부만 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학생들에게 그 공부는 엄연히 이다. 권리가 아니라, 일. 월요병을 없애려면 차라리 일요일을 없애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닦고 조이고 기름칠 시간이, 지금의 학생에게는 없다.

딸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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