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국내

아빠, 여기 다시 오자.

아들과 첫 차박캠핑(@삼장다목적캠핑장)

 

제법 괜찮은 세팅

(관리동의 허락을 얻어 저렇게 주차했으며, 주차장에 빈 구역도 많아서 다른 차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았습니다.) 

이미 혼자서 삼장다목적 캠핑장에 다녀온 적이 있다. 차를 몰고 가서 큐방 3개와 폴대 2개, 로프를 사용해서 타프를 치고 전기는 사용하지 않고 차박을 해본 적이 있다. 혼자 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아들과의 차박을 생각한 답사를 겸하기도 했다.

삼정다목적캠핑장의 장점

그때 가봤을 때, 삼장다목적 캠핑장의 장점은 분명했다.

  1. 예약이 필요없음 - 이라고 하지만 애초에 예약 시스템이 없다.
  2. 지정된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사이트 구축 가능 - 나는 주차장에 차를 길게 대고 정식 사이트가 아닌 곳으로 타프를 세웠다.
  3. 가격이 저렴하다. 1박에 2만원. (이제는 3만원)

지난 토요일 아들과 차박을 가기로 하고, 짐을 챙겼다. 따뜻한 봄날이 계속되었지만 아들과의 차박이니 전기장판도 챙겼다. 차에 있던 캠핑 짐을 꺼낸 지 오래 되어서 당연히 캠핑에 필요한 물건들이 거의 다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여전히 능숙하지 못한 캠핑

문제 1. 가격이 올랐다. 1박 2만원 -> 3만원
차를 대고 당연히 2만원이라 생각하고 “2만원이죠?” 하는데, 관리하시는 여자분이 4월 1일부로 3만원으로 올랐단다. 연박일 경우 할인이 된다고. 헉. 2만원이라면 굳이 캠핑을 하며 잠을 자지 않고 고기 굽고, 불피우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 괜찮은 가격이라 생각했는데, 3만원이라면 좀 애매하다. 이곳은 여름에는 물놀이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때에는 주변에 딱히 할 게 없는데. 게다가 차박의 경우는 차가 숙박지이기 때문에 일단 사이트를 구축하면 차로 이동할 수가 없다. 아무튼 돈을 내고 예전에 했던 것처럼 타프를 설치. 비가 제법 왔지만, 큐방은 용케도 차에 잘 고정되었다.

문제 2. 화로대를 안 가지고 오다니..
진주에서 장작은 캠핑고래 에서 샀었는데, 캠핑장으로 오기 전에 가보니 4월 1일부로 모다아울렛 근처로 확장이전했단다. 4월 1일은 도대체 어떤 날이길래 이렇게 변화가 많은 것인가. 캠핑장에서도 장작을 판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일단 미련없이 캠핑장으로 오기는 했다. 캠핑장에서 마대자루에 든 장작을 1만원을 주고 샀다. 그리고 차에서 화로대를 찾는데... 없다... 두둥 관리동으로 가서 혹시 버려진 화로대는 없는가 여쭸는데, 쓰시다가 깨끗이 닦아 놓은 것을 빌려주셨다. 관리하시는 분들이 친절하셔서 여기 다시 가게 될 것 같다. 아무튼 덕분에 화로대에 불을 피우기 시작. 장작이 습기를 머금어서 연기가 좀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나 좋았다. 내가 캠핑장을 찾는 유일한 이유는 마음대로 장작을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노지에서 차박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무데서나 불을 피울 수는 없고 피워서도 안된다.

텐션을 유지하라

문제 3. 타프에 물이 고인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비가 오지 않아서 폴대 두 개로 타프를 쳤어도 별 문제가 없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타프를 온전히 펼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충분한 텐션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비가 오는 데 타프를 대충 치고 나니 텐션이 없는 타프에 빗물이 고인다. 그 무게에 바람까지 불면 타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게 뻔했다. 일단 타프를 치고 나서 얼른 맥주 한 캔을 비웠는데, 맥주 캔을 사용하면 되겠다 생각이 들었다. 차에 여분으로 있던 폴대를 하나 꺼냈다. 폴대 끝은 뾰족하니 거기에 맥주 캔을 뒤집어 씌웠다. 폴대가 충분히 높아서 타프 중심을 높여서 빗물을 모두 흘려보낼 수가 있었다. 바람 때문에 두 번 정도 중간 폴대가 쓰러졌지만, 밤에 자는 동안에는 잘 견뎌줬다.

캔들워머 들고 탐험

밤새 빗소리를 들으며

저녁은 새로 꺼낸 구이바다에 라면을 끌여 먹었다. 캠핑장 관리동에 과자도 팔고 맥주도 팔아서 쉽게 사먹을 수 있었다. 집에서 바나나, 요구르트, 오이, 넛츠, 과자 몇 가지를 준비해 갔지만, 아들은 사먹는 과자가 좋은 지 자꾸 사먹으려 들었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도 사먹고. 내가 타프를 치고 차 안에 잠자리를 준비하는 사이 아들은 관리동에 있는 개랑도 놀았다. 과자 사먹고 개랑 놀 수 있으니 아들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캠핑장이지 않았을까.

전기사수

전기를 쓰려면 사이트에서 좀 멀기는 했지만, 릴선 사둔 것도 가지고 갔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다. 전기장판을 미리 틀어두어 꿉꿉함이 없도록 했다. 차 안에 습기가 너무 많아질 것 같아서 조수석 창을 아주 조금 열고, 그 사이로 릴선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너무 적게 창을 열었던 것일까 새벽에 일어났을 때는 전면유리 안쪽이 모두 젖어 있었다. 조금 더 따뜻해지면 모기도 나올텐데, 그때에는 차 안에 쓸 수 있는 이너텐트를 치거나 뒷문에 연결하는 차박 텐트를 쳐보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을 했다.

아들과 나는 과자를 먹으며, 음료를 마시며, 맥주를 마시며 장작이 타 들어가는 것을 봤다. 아들은 횃불을 만들겠다고 자꾸 불장난을 했다. 나는 불이 타는 모양을 보면서 나도 모르고 있던 스트레스를 꺼내어 모닥불에 태우고 있었다.

8시가 좀 지나서 장작은 아침을 위해 좀 남겨두고차 안으로 들어갔다. 전기장판을 켜둔 바닥은 보송보송했다. 선물받은 이케아 캔들워머에 촛불을 켜고, 영화 원더를 틀었다. 아들은 요즘 해리포터에 푹 빠져서 영화는 해리포터만 본다. (책은 모든 시리즈를 거의 다 읽어서 이제 ‘죽음의 성물 4권’만 남겨두고 있다) 그래서 다른 좋은 영화를 소개해줄 시간이 없다. 작년에 책으로 읽고 너무 좋았던 원더를 아들과 같이 보고 싶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이야기를 조금하다가 아들과 금방 잠들었다. 아들은 잠을 자기 싫은 지, 자려는 나를 자꾸 방해했다. 아랑곳 하지 않고 나는 잠들었고, 새벽에 나는 일찍 잠에서 깨었다. 새벽에는 여러번 비가 오다 가다를 반복했다. 나는 6시쯤 깨어서 커피를 마실 도구도 안 가지고 왔구나 라는 걸 깨닫고 조금 슬펐지만, 차창에 맺힌 빗방울과 차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를 위안으로 삼았다.

다 정리하고 관리동에 가서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관리동 안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아들에게 ‘과자 아무거나 하나 집어가’ 했다. 아들은 좋다구나 하며 빼빼로를 집어왔다. 그러고 나더니 다음에도 여기에 오고 싶단다. 그래, 다시 오자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