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아들과 블랙 위도우 관람 (노스포)

타츠루 2021. 7. 10. 22:26
롯데몰 오락실



마블 시리즈는 간신히 영화로만 챙겨보는 ‘팬’이다. 역시 아이언맨이 멋있지만(3000만큼 사랑해;), 캡틴 마블이나 블랙위도우가 더 멋있다. 블랙위도우가 개봉되기를 굉장히 오래 기다렸다. 코로나 때문에 재미있는 영화들이 줄었다. 7월 7일 개봉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 혼자 가서 볼 수는 없었다. 아들과의 의리를 생각해서.

아들은 호크아이를 제일 좋아한다. 화살이 효과적인 무기는 아니지만, 멋있는 무기이긴 하다. 내가 블랙위도우를 좋아하는 이유는? 스칼렛 요한슨이니까. 스칼렛 요한슨을 좋아한다지만, 그녀의 작품을 많이 본 것은 아니다. 그녀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참으로 재능있고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녀의 목소리! 중성적인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 영어를 하는데도 약간 한국어로 말하는 것 같은 톤이다. 나는 우리말을 할 때보다 영어를 말할 때 톤이 약간 올라간다. 영어라는 언어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어릴 때, 외국인 노래 자랑 같은 걸 보면, 그 사람들이 영어로 말할 때와 한국어로 말할 때 목소리 톤이 다르다는 게 신기했었는데, 분명 영향이 있는 듯 하다. 그러니 약간 톤이 낮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치 우리말을 듣는 것처럼 좀 편안하다.

영화는 2시간 30분이 채 되지 않았다. 12세 이상 관람가라서 혹시나 아들이 보기에 좀 잔인하거나 무서운 게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물론 격투씬이 많기 때문에, 초등 저학년이라면 무서워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싸움이 많더라도 스타워즈처럼 레이저 총으로 싸우는 거란, 손에 쥐는 무기를 들고 싸우는 건 다른 느낌이다. 피튀기는 장면 없이도 액션씬을 충분히 잘 만들어 냈다. 도심내 차량, 비행기, 오토바이 추격씬도 적절했고, 헬기를 이용한 구출씬도 좋았다. 모두 슈퍼히어로인 것처럼 맞아도 맞아도 다치지 않는다는 건 그냥 봐주고 넘어갈 수 있었다. 악역의 우두머리가 좀 허망하게 혹은 너무 쉽게 죽기는 하지만, 영화의 초점은 복수가 아니라서 괜찮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자막이 올라가는 데, 프로듀서 이름에 스칼렛 요한슨도 있었다. 그녀는 제작에 얼마나 어떻게 기여한 것일까. 관련해서 기사를 좀 읽어봐야 겠다.

예고편에도 나왔지만, 블랙 위도우에서 ‘웃음’을 담당하고 있는 건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속 Eleven의 아빠역할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하버였다. 영화 초반 ‘젊고 살빠진’ 모습 때문에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지만, 영화 속에서 ‘작전을 위해 급조된 가족’의 아빠 역할을 맡았고 영화 내내 웃음을 자아내는 역할을 맡았고, 잘 했다.

때리고 부쉬고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이야기로 얼마나 제대로된 세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악당이 나타나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지루한 패턴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12세 이상 누구나 재미를 느끼는 영화로 만든다는 건 돈을 들인다고 해내기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기준에서도 ‘블랙위도우’는 잘 해낸 것 같다. :)

내일은 딸과 둘이서 영화를 보러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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