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만 느껴지는 장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잠잠하다. 퇴근 하는 길, 하늘에는 큰 구름이 가득하고 그를 뚫고 햇볕이 아득하다. 오른쪽으로 보니 풀과 나무가 딱 여름의 그 빛이다. 도서관 한켠에서 햇볕을 많이 받아 바래진 책처럼, 강렬한 태양에 풀빛도 바랜 것 같았다. 사진 찍으려고는 좀 처럼 자전거를 세우는 법이 없는데, 오늘은 그 색을 좀 찍어둘까 해서 자전거를 세웠다. 아무런 걱정도 없는 것 같은 풍경 덕분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교육부장관도 대통령도 2학기 전면등교를 실현하겠다고 했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때다 하고 확진자가 늘었다. 하루 2,300백명 선이 유지되었다면, 각 지역 교육청들도 방학이 되기 전에 전면등교를 ‘연습’해보도록 학교에 공문을 보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주 상황이 좋지 않다. 마치 뿌연 안개 속을 걸어 산을 오르듯, 이 힘겨운 오르막이 언제 끝날 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인원제한’이나 방역지침이나 기준은 따르면서, 바깥 활동을 하는 사람들, 인원제한이나 방역지침을 아주 보수적으로 적용하며 되도록 바깥으로도 사람 많은 실내로도 가지 않는 사람들. 나는 전자의 부류가 되고 싶지만, 쉽게 그리 할 수가 없다. 일단 아내가 강력한 후자이고, 아내의 걱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기 때문에 내가 밖으로 다니는 것도 안 될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다행히 크게 확대되지 않고 사태가 마무리 되었다. 그때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확진된 게 교사가 아닌 게 천만 다행이라고. 그렇다. 교사가 확진이어다면 아마 학생으로의 전파도 더 심했을 수도 있다. 교사가 마스크는 제대로 쓰고 있었는지, 방역수칙은 어긴 것이 아닌지 질타와 의심을 받았을 것이다. 혹여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실내라도 갔다면 욕을 엄청나게 들어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부분에서 나는 조금 불편하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일상 생활을 하는 가운데, 의도치 않게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을 수도 있다. 확진인지 모르며 돌아다니는 확진자를 내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 나는 머리도 잘라야 하고, 마트에도 가야 한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그들의 논리 혹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방역지침을 내려주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 기준을 굉장히 완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문은 내려온다. 교직원들은 특히나 조심하고 방역지침을 어기지 말라는 내용이다. 사적모임은 삼가하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개인방역’의 수준이 왜 교사에게는 더 심하게 적용되는가?
오해는 하지 마시라.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여전히 ‘방역기준을 보수적으로 지키는 편’에 가깝다. 우리 가족이 혹시나 나때문에 감연되는 것을 원치 않고, 또 ‘교사가 어떻게’ 라며 욕듣기도 원치 않는다.
무언가 해답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각 개인의 행동을 세밀하게 통제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가이드라인은 ‘방역지침의 마지노선’이 될 것이니, 지침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국가의 개인 활동에 대한 통제에 대해서는 프랑스 같은 나라 국민은 극렬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역지침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의 활동은 또한 보장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교사인 A씨가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면, 그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면 되지 않을까? 생활을 위해 돌아다녔다는 것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가 있을까? 그렇다면, 교사가 지켜야하는 방역 지침은 어느 수준일까? 목욕탕에 가지 말것? 실내 운동시설에 가지 말 것? 가까운 지인과 절대 실내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지 말 것? 자기가 사는 도시를 벗어나지 말 것?
감염되고 그걸 전파하는 누군가에게 한탄하고 싶은 마음, 그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감염된 사람이 마치 기꺼이 감염되고, 또한 적극적으로 감염을 전파할 생각이 있다고 간주할 수 있나? 한탄과 안타까움이 쉽게 비난으로 이어져도 되나? 어렵지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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