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은 거기에 있고,
우리는 거기 주변에 있다.
우리가 있어야 사물은 의미를 가지지만,
우리가 주는 의미 없이도 사물은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사물 가까이에 있어서,
사물을 들여다 봄으로써,
거기에 묻어난 우리의 흔적을 벗겨낼 수 있다.
무엇으로든 은유가 될 수 있어
사물을 쳐다보고 언어로서 사물에 닿아보려 애쓸 수 있다.
애는 쓰지만, 언어는 우리의 조력자이자 최후까지 살아남는 방해꾼
최선을 다해 사물에 다가가려 하지만, 노력은 거기까지
가장 피상적인 사물의 속성에서 시작하지만,
그 사물의 속성에서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나를 포함한, 나의 논리에 동조하는 사람에게만 일부 진실일 수 있는
그 머나먼 속성, 또 다른 사물을 찾아내는 게 최선
객관은 가깝지만, 객관은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아 이야기가 되지 못한다.
화분에서 구멍을 생각하듯, 다 마신 물을 흘려보내는 구멍을 생각하고,
거기서 블랙홀까지 닿을 수만 있다면,
일단 내게는 성공한 것. 화분과 블랙홀 사이를 언어로 다리 놓아야
남에게도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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