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새벽커피 있는 날이다. 정말 매주 토요일 이 모임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매주 일단 일정에 집어 넣으면 된다.
채팅창을 보니, 비가 온다고 한다. 레인 재킷을 챙기고 커피를 준비한다. 원두를 준비해두 못해서 캡슐로 커피를 내린다.
물을 끓이고 원두향 폴폴 날리며 드립해야 최고다. 오늘은 최고는 아니지만 일단 최선을.
비가 와도 취소 공지 없으면 모임이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라지만 비가 오면 좀 힘들지 않을까?) 일단 모인다. 해는 뜨지 않았지만 날이 금새 밝아진다. 우산을 쓰고 걷는 사람, 비를 맞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그 틈에 커피와 과자를 꺼내고 오시기로 한 분을 더 기다린다.
이러저러해서 네 명이 모였다.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거의 일년 반만에 이렇게 네 명이나(?) 되는 사람이 모였다.
농사, 장사, 앉은뱅이밀, 학교, 야자, 의령, 자굴산, 근무지 이동, 수상, 일꾼, 알바, 백신.
나눌 만한 주제를 풀어놓고 이야기 하며 빗소리도 듣는다. 늘 다니던 길, 늘 다니던 시간, 늘 가야 하는 장소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마음이 한결 가볍다.
그리고 이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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