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불편한 목과 마음이 출근했습니다

타츠루 2021. 12. 6. 23:32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이 뻐근하다. 잘 자고 일어났는데, 목이 아프니 억울하다. 잠이 인풋이면, 개운함이 아웃풋이어야 하지 않나. 지난 일주일은 아버지 사고 때문에 아주 정신이 없었고, 몸은 피곤했고, 마음은 괴로웠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월요일이 다가오는 게 싫었다. 그래도 ‘학교 가기 싫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나쁜 생각은 잘 말하지 않는다. 내가 들으니 그렇다. 내가 말하고 내가 들으면, 나는 내 말을 더 믿게 된다. 나쁜 말, 좋지 않은 생각에는 확신이라는 물을 주어서는 안 된다.

하루 종일 아픈 목에 신경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때마침 오늘이 야간자율학습 감독이었고, 꼼짝없이 나는 14시간 학교에 잡혀 있었다. 일부러 학교에 좀 더 일찍 갔고, 컴퓨터를 켜고 메시지를 열어보니 56개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지난주에 시험 기간이라 그래도 많지 않았던 것이라 다행이다.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은 이미 처리가 되었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56개의 메시지를 하나씩 읽고, 첨부된 파일을 저장하고, 오늘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메모했다.

야자를 마치고 집으로 왔는데도, 불편한 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늘 아침부터 목이 아팠던 것은 마치 오늘 하루에 대한 은유 같았다. 목이 아프지 않았어도 내 몸 어딘가, 내 마음 어딘가는 불편함으로 삐걱거렸을 것이다. 목이 불편하니, 어쩌면 그 덕분에 좀 더 마음과 몸을 조심하지 않았나 싶다. 더 바르게 앉아 있고, 더 좋은 자세로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했다. 내가 불편한 마음이니 다른 사람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보냈다.

시험이 끝나서, 학생들은 온종일 나른하고, 나는 시험 후 성적을 처리해야 해서 온몸이 바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근해서 일하고 점심 먹고 일하고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하루가 귀했다. 잠시 궤도에서 벗어났다가 인력에 이끌려 자리를 잡은 것 같은 기적과도 같은 가능성 덕분에 내 일상이 유지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탈하다는 것은 아주 많은 도움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가진 복이 있다면, 우리 아빠 더 잘, 더 깨끗이 났는데, 쓰고 싶다 생각한다.

오늘 밤에는 아빠가 진통제 없이 잘 수 있으면 좋겠다.
아빠의 고통을 떠올리지 않고,
나의 불편에 마음이 까슬거렸던 나를 반성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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