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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다. 수능시험 감독이라, 절대 늦으면 안된다 생각하고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시험장에 도착했다.
감독관 다운 차림(?)을 하고 나서서 그런지, 차에서 내리니 찬 바람이 몸안으로 헉하고 밀고 들어왔다. 사람들이 감독대기실을 채우고, 또 주의 사항을 듣고, 감독을 시작. 1교시, 2교시, 4교시 감독을 하게 된다. 한 시간 수업할 때는 서있는 게 힘든지 느끼지 못하는 데, 시험장에서 한 시간 서 있는 건 대단한 고역이다. 물론 앉아서 시험치는 아이들만큼 긴장된 마음은 아니겠지만, 그들에게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아야 된다고 교육(?)받기 때문에, 내 마음도 편하지는 않다. 그나마 좀 더 부담이 되는 부감독이 되길 바라지만, 두번 정감독을 했다.
열심히 하는 아이도 있고, (일찍 잠들지 않고, 눈을 크게 뜨고, 문제를 푸는 학생을 말한다. ) 대충 하는 것 같은 아이도 있다. (이름만 쓰고, 답은 찍고 잠들어 버리는 것 같은 아이). 오늘 난 쌔근거리며 잠든 한 녀석을 깨우기도 했다. 아기들 잠잘 때, 들리는 조용하면서도 천천히 밀려왔다 쓸려가는 잔잔한 파도같은 쌔근거리는 소리를 정말로 오랜만에 들었다. 그 아이는 어젯밤 무엇을 했길래, 언어영역 듣기 문제가 끝나자 마자 잠이 들었을까?
늘 그런 것처럼, 감독을 하면서 머릿 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본다. 눈 앞에 있는 아이들의 생김생김도 살펴보고, 피곤에 찌든 얼굴도 안쓰러워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쉬는 시간 마치고, 복도를 가득 채운 담배냄새에 짜증을 한 입 씹는다.
http://postfiles11.naver.net/20100722_58/kssedu_1279776227532YnP0q_jpg/2010-07-13_14;51;38_kssedu.jpg?type=w2 오늘 감독을 마치고 와서, 수학을 선택하지 않는 학생이 많다고 했더니, 아내가 동의한다. 이과반 아이들 중에서도 수학을 선택하지 않는 아이도 많고, 어려운 '가'영역을 지원하는 아이는 더 적다고 한다. 정말일까?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려면 좀 더 확실히 줘야 한다. 선택권을 주려면, 소수의 의견이나 필요도 충족시켜줄 여력이 있어야 하는 데, 우리 교육과정이, 우리 교육행정이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는 지는 다분히 의심스럽다. EBS의 수능 반영이라는 것도 좀 웃긴다. 국가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EBS를 활용함으로써, 사교육을 좀 줄여보자라는 것은 이해가 가나, EBS에서 다룬 것들을 시험문제에 출제하겠다고 하니,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EBS 방송을 PMP로 본단다. 물론 모두 그렇지 않다. 내 아내는 선택교과인 윤리를 가르치고, 아내의 수업 시간에 윤리를 수능시험에서 선택하지 않을 학생들은 아내의 수업을 듣지 않는다. 물론 학교에서의 내신 시험을 치지만, 그건 벼락치기로 떼우던지 하나보다. 수능이 1994년도에 도입되었으니 벌써 10년도 훌쩍 넘었다. 헌데, 수능과 고교내신, 대학입시는 그다지 개선되지 못한 것 같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육을 지배하는 건, '입시'. 입시 자체가 개선되기 힘들다면, 시험과목이나 방법에 개선이 있어야 할텐데.. 그런 시험과목이나 수험방법은 교육과정과 잘 연계되어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얼마전 수행평가로 아이들에게 발표를 시켰는 데, 많은 아이들이 '대학입학'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것이 눈에 가장 가까이 보이는 목표인 것은 인정하지만, 대학이 그저 한 '단계'가 되고, 대학에 들어가서 하고 싶은 것들이 더 많이 마음 속에 영글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학교에 가서도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걱정할 것이다. '전공'이 '직업'을 보장하지 않는 세상이다. 대학은 자기 힘으로 자신의 미래를 더욱 힘차게 준비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 데, 학생들이 또 고민에만 빠지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그러고 보니, 난 참 생각도 어렸지만,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 하나 덕분에 '진로'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간신히 교사 '신분'만 획득한 상태이니까. 아직 제대로된 교사가 되려면 한참을 더 노력해야 하니까... 수능시험감독을 하고 나니, 이런저런 잡생각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때마침, 오늘부터 하루에 하나씩은 글을 써보자 결심을 시작한터라, 수능이란 소재를 택했다. 오늘은 소재부터 별로구나. 아무튼 수험생을 비롯해 많은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열심히한'(이거 중요하다) 수험생들은 그 어느때보다 달콤한 잠에 빠져드시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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