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산달이 얼마 남지 않으면서, 아내의 배도 많이 불렀습니다.
알콩이의 움직임은 더 크게 잘 느껴집니다.
밤에 아내 옆에 누워 있으면,
알콩이가 제 골반을 간질입니다.
알콩이에게,
'알콩아, 왜 이렇게 간질어~. 아빠랑 놀고 싶어?' 라고 말하곤 합니다.
아내가 입덧할 때는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내가 밥냄새도 맡지 못하고, 음식을 너무 가렸습니다.
그리고 싱크대에서 올라오는 냄새나,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도 너무 힘들어 했죠.
그 입덧하는 기간이 저도 정말 힘들더군요.
같이 굶기도 하고, 일을 마치고 오면, 정신없이 집안일을 했습니다.
요즘에는 아내가 운동삼아 집안일을 하니, 저는 되려 많이 편해졌습니다.
아내는 입덧이 심할 때,
'이렇게 입덧이 없었으면, 어쩌면 알콩이가 자라고 있는 지 없는 지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라고 말했던 게 생각나네요. 이때부터 아빠로서 노력을 같이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배가 나오기 전에는 정말 아이가 있는지 믿기지 않았고, 배가 나오는 걸 보면서도 잘 느껴지지 않더군요. 뱃 속에서 움직이는 알콩이를 느끼기는 하지만, 제 뱃 속에 있는 생명이 아니라, '실감'이 잘 나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내 아들 - 알콩이
그래도 '있는 척','정말 대화하는 척', '보이는 척' 하다 보니, 이미 알콩이는 우리 가족이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더군요. 아이를 가지는 데 너무 힘들어 하시는 분이거나, 아이를 가지고 있다가 사고로,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뱃 속에서 이별을 하는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그리고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는 알콩이에게 다시 고맙고, 참고 견디고, 기꺼이 불편을 참아내는 아내를 보니, 아내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역시 엄마다..
요즘에 아내는 자주 다리가 저리다고 하더군요. 사실 저리는 것보다는 다리에 쥐가 나는 게 더 힘든 것 같습니다. 한 한달전부터 자다가 저를 깨웠습니다. 비명을 지르면서 말이죠. 처음에는 정말 어리둥절 했는 데, 그렇게 쥐가 나더군요. 딱 종아리 부위만 쥐가 나더군요. 정신도 못차리고 일어나서, 스트레칭 해주고, 조금 주물러주고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어젯 밤에도 두번을 깼는 데, 제가 너무 피곤해 하는 것 같았는지, 아내는 3, 4번은 더 쥐가 났던 것 같답니다. 혼자서는 잘 풀어주지 못해서 다시 쥐가 나고, 다시 쥐가 나고 했던 것 같은데..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아내를 더 위하는 남편이 되어야 겠더군요. 아내는 힘들고 지치고, 피곤해서 남편에게 기댑니다. 남편은 그 아내의 힘듦, 지침, 피로를 경험하지 못하니, 아내의 상태에 완전히 공감하긴 힘들겠죠. 그러니 맘을 몰라주는 남편을 보면, 아내는 또 얼마나 속이 상할까요.
몸무게가 1, 2 킬로그램만 찌고, 평소 잘 입던 바지의 허리가 불편해지기만 해도, 하루 종일 허리에, 배에 신경이 쓰이는 데, 배가 산만해지는 아내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요.
오늘은 아내와 만난지, 6년이 되는 기념일입니다. 아내는 신경을 안 쓰고 있는 것 같네요. 뭘 준비할까 생각만 하다가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3년전쯤 혼자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하면서, 녹음했던 것들을 CD로 굽고, 편지를 쓸 생각입니다. 알콩이에게 안좋을까봐 마음대로 먹지도 못하고, 몸매가 달라졌으니 옷도 사고 싶어 하지 않고.. 그래서 편지를 써봐야 겠습니다.
알콩아,
엄마 너무 힘들지 않게, 쑥 나와야 한다.
아빠는 알콩이를 사랑한다. 하지만, 아빠한테는 엄마가 일순위!!
아빠가 사랑하는 마음을 크게크게 키울테니,
알콩이에게 주는 사랑이 모자라지는 않을거야.
알콩아,
늘 건강하고, 건강해라.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건강하면,
행복은 널 좇아다닐 거야. 사랑한다.
여보, 사랑해.
자기도 이 글을 보게 되겠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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