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남해의 겨울 바다 감상

타츠루 2021. 2. 6. 22:22

정말 오랜만에 진주를 벗어났다. 아이 둘을 모두 태우고 진주를 벗어나 본 게 얼마만인가? 코로나가 시작되고는 처음인 것 같다. 진주에서 남해까지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3, 4년 전에는 아주 자주 남해를 오가고는 했고, 아이들도 힘들어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아들은 멀미할 것 같다 칭얼대고, 딸도 내리고 싶다 칭얼댔다. 

나는 몇 주전부터 바다가 보고 싶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갑작스럽게 뺨을 맞듯 겨울 바람을 맞고 싶었다. 추워서 바라만 봐야 하는 바다가 좋다. 사람들이 없어서 스산한 바다가 좋다. 여름에는 '바다'를 바라본다는 게 어렵다. 더워서 얼른 뛰어들고 싶기도 하고, 사람들이 해변과 가까운 해안을 채우고 있어 바다를 온전히 보기가 어렵다. 겨울바다는 그렇지 않다. 추운데, 더 찬 바람을 기꺼이 맞으러 온 사람만 볼 수 있다. '겨울 바다도 좋지.'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지만, 대개 사람들은 겨울보다 여름에 더 바다를 찾는다. 

 

오늘 낮기온이 15도라는 소식을 듣고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바다로 가기로 '내가' 결정했다. 해리포터와 혼혈의 왕자를 보던 아들은 그냥 집에 남아 영화나 마저 볼까 고민을 한다. 딸은 나를 따라나서겠다고 했다. 아들이 마음을 돌리는 바람에 온 식구가 바다로 향했다. 아이들과 가는 바다이니 몇 가지 준비를 했다. 

- 따뜻한 물을 말통에 담고 

- 과자, 에너지바, 과일을 챙기고 

- 여벌 옷과 양말을 챙겼다 

상주 해수욕장에 주차를 하고 내리자마자 '바다에 발 담그기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온은 15도일지 몰라도, 체감 온도는 그렇지 않았다. 따뜻한 물을 채워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에서 놀면 늘 '씻는 게' 문제다. 코가 빨개질 때까지 놀고 나서 차가운 물로 씻을 수는 없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다. 수건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 차 안에 세차할 때 실내를 닦는 데 쓰는 '깨끗하게 빨아둔' 극세사 걸레가 있어서 그걸로 대신하기는 했다. 

아이들은 밀려오는 파도를 피하기도 하고, 젖은 모래를 쌓아 보려고도 했다. 아들은 왠만해서는 파카를 입지 않는다 활동하기 불편하다고. 딸은 오빠를 쫓아다니며 예쁜 조개껍질을 찾아 담는다. 조금만 바람이 덜 했다면 나도 양말을 벗고 바닷물을 밟으며 걷고 싶었는데. 

갈 때 예상했던 것보다는 오래 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도 딸도 재미가 있었단다. 나도 아주 오랜만에 왕복 3시간의 운전을 하느라 피곤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겨울바다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는 길에도 차를 오래 타서 아이들이 칭얼 대길래, "계속 그러면 아빠 혼자 올 거야."라고 했는데... 내신 '계속 칭얼대 보시지!' 하는 마음이었다. 정말. 

예전에는 윗집 가족이랑, 아님 조금 떨어진 아파트에 사는 다른 가족이랑 같이 외출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도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폐가 될까봐 피하고 조심한다. 생활도 관계도 더욱 어려워진 요즘이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우리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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