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같은 날씨다. 반팔에 바람막이 정도만 입어도 춥지 않았을 날이다. 아주 오랜만에 이웃에서 가깝게 지내는 가족과 하동으로 향했다. 쌍계사도 가보고, 평사리도 가보고, 동정호도 가봤지만 최참판댁에는 아직 가보지 않았었는데, 오늘 가게 되었다. 아이들은 최참판댁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고 넓은 뜰에서 투호도 던지고 재기도 차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했다.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도 좇고, 잡기 놀이도 했다. 그 사이 잠시 혼자 최참판댁 안을 살펴 보았다. 토지를 읽었어야 하는데, 여기 오니 당연히 읽었어야 했는 데 읽지 않은 것 같아서 좀 부끄러워 진다. 토지만 읽지 않은 것이 아니다. 태백산맥도 읽지 않았고, 아리랑도 읽지 않았다.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지만, 토지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