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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아이들과 함양 농월정오토캠핑장에서 가을 캠핑

이들과 10월에 난로 없이 편안한 캠핑이 가능할까? 어제 농월정 오토캠핑장에 가보니, '편안히' 캠핑을 하려면 여러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이제까지 몇 번의 캠핑을 해봤지만, 아직도 제가 서툴러서 스스로가 만족스러울만한 캠핑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모자란 게 있더라도 재미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게 무엇인가? 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어제, 오늘 1박 2일로 다녀온 캠핑을 정리하려 합니다. 

장소 : 함양 농월정오토캠핑장 

자리 : 케빈(광풍), 캠핑 6번 사이트 

인원 : 성인 4명, 초등학교 3학년 이하 남녀 아이들 4명 

잠자리 세팅 : 쟈칼 이지돔4 텐트, 캠핑퍼스트 매트, 전기매트, 저렴이 침낭, 네이처 하이크 춘계 침낭, 알리표 동계 침낭 

 

케빈 : 농월정 캠핑장에서 케빈은 정말 가성비 좋은 숙박지

케빈하우스 1박 비수기 : 8만원

4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 방이 크지는 않지만, 대청마루 공간이 있어서 겨울만 아니라면 공간을 아주 널찍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두 가족이 캠핑을 가면서 케빈하우스를 베이스캠프로 하고, 텐트는 남자들 잠자리용으로만 사용했는데, 아주 좋았습니다. 화장실, 샤워, 취사를 모두 케빈에서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요. 진입방향에서 좌측(관리동이 있는)으로 케빈과 오토캠핑장이 있고, 우측으로는 오토캠핑장만 있습니다. 오토캠핑장 전용 사이트에 취사, 샤워, 화장실 등이 있습니다. 캠핑만 한다면 당연히 편의시설이 가까운 오토캠핑 전용 사이트로 가야 합니다. 두 가족이나 대가족이라면 케빈을 함께 빌리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케빈(광풍)과 6번 사이트는 가장 안 쪽에 있어서 그 옆 잔디 공간도 마치 내 공간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분리된 것 같은 느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케빈에서 물가를 바라보면 나무들이 있는데, 제법 튼튼한 나무들이 있어 해먹을 걸 수도 있습니다. 

좁은 길을 내려가면 물가로 바로 갈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물에 들어갈 수는 없는 날씨이지만, 발을 담그고 예쁜 돌을 찾으며 놀아도 시간이 잘 갔습니다. 

예쁜 돌을 찾고 있는 아이들 

쟈칼 이지돔 4 + 전기매트 

쟈칼 이지돔4는 이번이 두 번째 사용입니다. 텐트 치는 게 너무 피곤해서, 지난여름 캠핑을 준비하면서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팝업텐트인 이지돔4를 구입했습니다. 30만 원이니, 하루 펜션 묶는다 생각하니 중복투자(이전에 사둔 '돔텐트'야 미안)라는 생각은 좀 '덜' 하게 되었습니다. 텐트 피칭을 했으나 사진도 남겨두지 않았네요. 

불멍

밤에 기온은 10도 정도로 떨어진 것 같긴 한데, 편안하게 자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삼계절'용 이름 없는 침낭은 쓸 게 못된다는 게 다시 밝혀졌습니다. 쟈칼 이지돔은 바람은 잘 막아줬습니다. 아이 둘과 함께 자는 터라, 전기매트 열을 높이고, 침낭 안에 핫팩도 넣었습니다. 동계 침낭에 핫팩은 넣은 제 아들은 더운지 자꾸 침낭 밖으로 몸을 빼더군요. 

환기 조절에는 실패했지만, 텐트 안이 눅눅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텐트 안팎이 다 젖어 있었습니다. 6번 자리는 아침에 햇볕이 잘 들지 않습니다. 바로 뒤에 키 큰 나무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체크아웃하기 전까지 텐트를 말려야 해서, 침구 정리를 한 다음에 텐트를 햇볕이 있는 잔디로 옮겼습니다. 간신히 말려서 체크아웃했습니다. 

 

함양 상림 

진주집으로 바로 돌아올까 하다가 아이들이 아쉬워해서 상림으로 갔습니다. 한 3년 만에 다시 왔는데, 코로나 때문일까요 사람들이 3년 전 여름보다는 덜 했습니다. 아이들은 높은 그네를 타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고, 사방치기도 하고 땅따먹기도 하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러 꽃들을 심어두어 아주 화려하더군요. 직접 만든 그릇이나 유과를 파는 분들이 있어서 먹어도 보고 사 오기도 했습니다. 

노란꽃, 빨간꽃 

아이들과 너무 열심히 노느라 점심때를 한참 넘기고서야 식당으로 갔습니다. 근처에 커피숍과 한 건물에 있는 식당에 가서 간장게장, 돈가스, 꼬막비빔밥을 먹었습니다. 꼬막비빔밥은 메뉴 이름이 무려 '비빔밥'인데도, 공깃밥은 별도였습니다. 좀 어이가 한참 없어서 기분 나쁠 뻔했습니다. 맛은 그럭저럭. 

꼬막비빔밥

토요일 아침부터 정말 쉬사이 없이 캠핑 준비하고, 아이들과 놀고, 밤에 맥주 마시며 불 피우고 그러느라 졸리더군요. 음식점 바로 아래 커피숍에도 갑니다. 커피숍에서 일하는 직원만 5명 정도 되더군요. 커피 메뉴도 다양하고, 디저트도 괜찮았습니다. 저는 흑당라떼를 주문해서 마시며 운전했습니다. 

Kevin Coffee Roasters 

 

같이 간 아이들은 서로 너무 친한 형-동생, 언니-동생 사이라 지내는 1박 2일이 너무나 좋았나 봅니다. 행복하다고 말하고, 또 가고 싶다고 말하고. 같이 간 식구의 아빠와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모닥불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세상살이 복잡하고 피곤한 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만,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캠핑'을 계속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휴대폰만 있으면 언제든 게임도 하고 유튜브도 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래도 캠핑을 오면 아이들은 나뭇잎에 관심을 가지고, 부러진 가지를 짚으며 산신령 된 듯 행세합니다. 휴대폰보다 산과 들과 나무가 더 재미있는 게 아닌지. 같이 웃고 떠들 또래가 역시나 좋은 게 아닌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캠핑 갈 때에는 장작을 두 박스 사갔습니다. 한 박스는 좀 부족하고 두 박스는 좀 많다 싶었지만, 열심히 태우며 불구경을 실컷 할 수 있었네요. 올해 캠핑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동계캠핑을 할 수 있는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기 때문에. 코로나는 언제 사그라들 줄 알 수 없으니, 정말 캠핑카라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내년 봄 캠핑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