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5

학교라는 공간이 문제가 아니야

학교는 년중 돌아간다. 오로지 방학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학교라는 공간은 휴식에 들어간다. 사람으로 붐비지 않는다고 해서, 교직원이나 학생들이 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 알고 있지만, 방학은 쉬는 기간이었던 적이 없다. 그래도 공간은 새맞이를 한다. 부서진 팔걸이, 작은 실금, 더러워진 페이트, 낡은 창, 고장난 블라인드 등등. 사람이 사용하면 무엇이든 닳고, 누군가 챙기지 않으면 더러워 지고 위험해 진다. 학교 밖에서 목에 힘 좀 준다는 사람들은 학교가 감옥과 같은 구조라며 가끔 학교를 개조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학교를 지을 때 무슨 생각으로 네모낳게 만들었을까. 내가 학교를 다니던 때에 학교 건물은 굉장히 직관적이었다. 통로는 세 개로 중앙통로로는 학생들은 다니지 못한다. 중앙현관으로 들어가면 행..

여름 날의 백도와 연합고사

여름 날의 백도와 연합고사 그 친구네 집에 백도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냉장고를 열면, 백도가 가득 담긴 스텐통이 여러개 있었다. 우리는 그걸 꺼내어 큰 국그릇에 담아 게걸스럽게 먹었다. 복숭아는 목을 타고 미끄러지듯 넘어가고 달달함에 시원함까지 집에서 맛볼 수 없는 간식에 정말 즐거웠다. 아들은 초당옥수수가 먹고 싶다고 하고 딸은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해서 퇴근길에 과일 가게에 들렀다. 옥수수도 사고 복숭아도 사고. 아내는 전자렌지에 옥수수를 익혀서 아들 간식으로 준비했다. 태권도 갔던 아들은 7시 정각에 마치고 나와야 하는데, 10분이 지나도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아내와 딸은 집 창문에 붙어서 태권도장을 내려다 본다. 이내 아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여학생과 함께 나온다. 그 여학생은 얼른 뛰어가..

눈이 가끔 와야 추억이 되요

오늘 진주에 내린 눈은 얼마나 되었을까. 아침에 일어나 뉴스에서 나오는 일기예보를 보면서, 아들은 "진주에도 눈 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기상도를 보니 진주까지 눈을 내려줄 것 같지 않았다.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면서 나도 '눈 올 것 아닌데, 하늘은 왜 이리 회색 빛이람.' 하고 생각했다. 한데, 눈이 오기 시작했다. 애기 손가락으로 뜯어낸 솜사탕만 할까. 제법 덩어리가 커서 떨어지기도 천천히 떨어진다. 아들은 휴대폰을 켜고 동영상을 찍는다. "여러분, 진주에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누구를 말하는 걸까?) 딸은 뭐가 기분이 안 좋은지, 눈을 즐기지도 않고 아침 밥그릇만 붙들고 뿌루퉁해 있다. 나는 혹시나 눈이 계속 오면 장 보러 가기 곤란할 것 같아서 얼른 옷을 챙겨 입고 아내가 시..

동생의 아이스크림 #글요일

아이스크림 다 못 먹겠다며 내게 아이스크림을 줬다가 내가 먹기 시작하니 다시 달라고 했다. 분명 동생은 나에게 자기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준다고 했다. 나는 재차 물었다. “다시 달라고 하지 않을 거지?”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나는 동생에게서 무언가를 받은 적이 여러 번 있고, 또 그만큼 다시 돌려준 적이 있다. 형제란 다른 형제가 가지고 있는 건 모두 갖고 싶어 하는 사람 아닌가. 나는 누나처럼 여자가 되고 싶다거나 중학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누나가 갖고 있는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작은 다락방, 모자 모두 갖고 싶었다. 동생도 그러했으리라. 하지만, 동생은 자주 나에게 먹을 것을 줬던 것 같다. 나보다 훨씬 대식가이지만, 그래도 나보다 세 살 어리니 마음먹고 먹으면 내가 더 잘 ..

영웅은 어떤 모습인가?

알리사 오브라임 VS. 피터 아츠 조금전 K-1 WGP 2010 Final live 경기 중계가 있었다. 최근 K-1이 전반적으로 쇠퇴하면서, 나도 격투기 관련 채널은 별로 보지 않고 있었는데, 오늘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피터 아츠가 세미 슐츠를 준결승에서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고 하더군요. 알리사 오브라임은 구칸사키를 꺽고, 결승에 올랐구요. 숨 조리며, 피터아츠와 알리사 오브라임의 경기를 기다렸습니다. 4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루 안에 모든 경기가 펼쳐지는 WGP경기에서 그것도 결승까지 오른 피터아츠를 보니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피터 아츠가 이기기를 기도했습니다. 중계를 하는 임치빈 선수도 피터 아츠가 이겼으면 하고 바라더군요. K-1의 원년멤버로 정말 긴 시간을 견뎌온 피터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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